대구 섬유산업 지원 내부갈등

수출 감소와 채산성악화,기술의 해외유출로 사면초가에 빠져있는 대구섬유산업의 지원과 관련,업계 내부에서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구섬유산업은 내년 1월 섬유쿼터 폐지를 앞두고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데다 원자재가격 인상에 따른 채산성 악화까지 겹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업체들의 잇따른 중국 동남아 등 해외이전에 이어 고급기능인력 유출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제조업 기반붕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수출은 상반기에 반짝 증가세를 보였으나 하반기부터 하강세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종 품목인 합섬직물의 경우 지난 10월 수출이 1억3천만달러로 전년동월보다 11%나 감소했다. 올 들어 대구?경북 지역 전체 수출이 평균 30%가량 증가했음에도 불구,10월까지 섬유수출은 13억1천8백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3% 줄었다. 11월과 12월에도 섬유수출 실적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섬유업계의 해외이전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중국업체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생산을 위해 파격적인 연봉과 개인 통역제공 등을 조건으로 고급기술인력 유치에 나서면서 힘겹게 지켜온 기술 우위도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주력직기인 에어제트의 경우 전성기에 5만대를 육박했으나 현재 1만대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그나마 제대로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임대료는 물론 전기료도 내지 못하는 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한전 대구지사 관계자는 "올 들어 대구 제조업체 전기요금 미수금 28억7천만원 중 섬유업종의 비중이 38%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심각한 지경에까지 이르자 대구경북섬산협 등 관련단체들은 섬유산업을 살리기 위해 원료가격 인하 및 금융지원 등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업계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타업종은 물론 섬유업계 내부에서도 찬반양론이 엇갈리면서 대구 섬유업의 위상과 지원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계 금속 전기 전자 등 최근 부상하고 있는 업종들의 섬유업에 대한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디스플레이제품을 생산하는 모업체 대표는 "섬유업의 비중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불구,그동안 각종 정부지원을 독차지하면서 결과적으로 대구의 경쟁력 저하를 부추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섬유업계에 내부에서도 한계기업이 퇴출되지 않으면 그나마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업체까지 같이 죽인다며 내부 자성을 촉구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섬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개발을 외면한 채 다른 업체 제품이나 베끼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경쟁력 회복은 불가능하다"며 "구조조정을 통한 과잉공급 해소가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