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펀드 SK(주) 왜 대거 파나] "M&A재료 끝났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SK㈜의 백기사로 나서면서 소버린자산운용측의 경영권 위협 전선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토종 백기사의 위세에 눌려 외국계 펀드들이 이달 들어 SK㈜ 주식을 대량 매도하며,서둘러 차익 실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프리미엄이 희석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소버린측은 13일 국내기업의 SK㈜ 주식 매집을 비난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소버린의 입장을 여과없이 대변해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한국의 강력한 재벌들이 결속에 나섰다"며 소버린측에 가세했다. 게다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자본주의 길들이기' 식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매도해 양측간 미묘한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소버린,우호지분 이탈로 긴장 소버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또 다시 SK㈜를 비난했다. "지난 10일 외국인 세력간 대규모 자전거래(장외거래에서의 특정 주주간 지분 이동)는 SK㈜ 경영진의 정직성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의지에 대한 신뢰의 결여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한국 대기업간 단결에 부정적인 기사를 게재했다. 하지만 소버린의 공격 방향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 전문가는 "소버린은 지금까지 주가 관리 목적으로 SK 최대 주주측을 비난해 왔지만 더 이상 주가를 띄울 만한 소재가 없어지자 화풀이성 공격을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상실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캐피털리서치앤매니지먼트가 이달 초 SK㈜ 주식 1백31만주를 파는 등 외국계 펀드가 차익실현을 위해 주식을 잇따라 매도,소버린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7백20만주가 자전거래되는 등 지분의 대량 이동도 나타났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1.39%)와 팬택앤큐리텔(1.12%) 한국포리올(0.03%) 등 국내 기업들은 주식 매수를 통해 SK㈜의 백기사를 선언,SK측에 힘을 실어주었다. 따라서 소버린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지난 3월 주총에서와 같은 위임장 경쟁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소버린이 지배구조 개선 운운하다 순식간에 손털고 나간 영국계 헤르메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고 관측하고 있다. 소버린은 현재 SK㈜ 주식 1천9백2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며,평균 매입 단가는 9천3백원 정도다. ◆경영권 분쟁 일단락될 듯 그 동안 SK㈜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은 다양하다. 소버린의 편에 적극적으로 서 있는 펀드도 있지만,단순히 M&A 테마를 이용해 차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도 많다. 최근 매물을 쏟아낸 측은 단기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들이 급매물을 계속 내놓으면 SK㈜ 주가는 경영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지분을 늘려야 하는 SK㈜측에서 주식을 사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SK㈜ 주가가 당분간 하락한 후 안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전문가는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던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주식을 전량 처분하고 떠난 것처럼 외국계 펀드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시장에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소버린은 우호지분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외국 투자자들은 SK㈜는 물론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을 대량 매도하면서 한국 증시 길들이기 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퇴임 논쟁이 거세지자 외국인들이 국민은행 주식을 일시 매도했던 사례가 재연되는 양상이다. 외국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 펀드는 수익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전제,"한국 기업간 상호지분 보유를 통한 M&A 방어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조주현·김병일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