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금융틀 다시 짜자] <3> 비은행권 비중 61%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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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은행의 몸집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이에 비해 보험과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왜소해졌다.
이는 전체 금융산업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들여다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은행의 비중은 97년말 38.5%에서 올 6월말엔 58.6%로 커진 반면 비은행권 비중은 61.5%에서 41.4%로 쪼그라든 것."은행에 치여 비은행권이 제대로 기능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험=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97년 3월말 보험회사 숫자는 생보사 33개,손보사 11개 등 44개였다.
그러나 올 9월말엔 34개로 10개가 사라졌다.
임직원수도 이 기간 중 8만4천6백38명에서 4만5천8백22명으로 3만8천8백16명(45.8%) 감소했다.
보험사들을 현장에서 떠받치고 있는 설계사수도 43만9천4백92명에서 20만8천4백58명으로 23만1천34명(52.6%) 줄었다.
지난 9월말 현재 34개 생보사와 손보사를 전부 합친 자산은 2백34조3천42억원으로 국민은행(2백7조원)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방카슈랑스 시행으로 보험상품 판매의 주도권이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은행들의 보험사 진출도 자유로워졌다.
반면 보험사들은 은행들에 대항할 무기가 마땅치 않다.
보험사들이 '생존의 문제'라며 제2단계 방카슈랑스 연기를 주장하는 데에는 이런 절박함이 배어 있다.
◆증권=증권사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오히려 증가,지난 98년말 33개에서 현재 41개(외국증권사 국내법인 포함)로 늘어났다.
이는 은행 숫자 19개(농협 수협 포함)의 2배를 넘는다.
그러나 올 1,2분기(4∼9월) 41개 증권사 순이익은 2천8백37억원.19개 은행 상반기(1∼6월) 순이익의 5.9%에 불과했다.
최대 수익원인 위탁매매 수수료가 갈수록 급감하기 때문이다.
영업에서 무기나 다름없는 지점수 규모에서도 양측간 차이는 확연하다.
지난 8월말 현재 증권사 지점수는 1천5백33개로 은행의 4분의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민은행 한 곳의 점포수(1천1백35개)가 5대 대형 증권사 지점을 합친 숫자(5백90개)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은행이 증권 및 자산운용 분야로 속속 영토를 확장해 나가면서 증권업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은행의 투신상품 판매고는 2001년 8조원에서 2001년 15조원,2002년 21조원,2003년 24조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다.
특히 은행이 펀드판매 운용 수탁 등 모든 영역에 진출할 수 있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된 올해에는 더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증권·투신업계의 최고 히트작인 적립식펀드도 전체 판매고의 70% 이상을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새로운 돌파구로 찾고 있는 기업금융(IB)부문은 이미 외국계가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돈이 되는 자산운용과 기업금융을 은행과 외국계에 빼앗긴 채 고사위기에 빠진 것이 증권업계의 현주소인 셈이다.
하영춘·정종태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