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 사외이사들이 말하는 '달라진' 이사회

"회장 대접받는 기분입니다." 20일 서울 서린동 SK본사빌딩 25층. 북한산과 광화문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8평짜리 집무실에서 만난 서윤석 이사(현 이화여대 경영대학장)는 흡족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부사장과 전무들로 구성된 8개 사업부문장으로부터 올해 실적과 내년 사업 계획을 상세히 보고받았다"는 그는 "국내에 우리같은 사외이사는 없을 것"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최태원 SK㈜ 회장이 한 달에 두 번씩 사외이사들 앞에서 화이트보드에 써가며 프레젠테이션하는 것을 합치면 한 달에 회의가 최소한 5회 열리는데,솔직히 사외이사들을 너무 부려먹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소버린과의 경영권 다툼 속에 선출된 5명의 신임 SK㈜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올 한해 SK㈜의 기업지배구조 개선노력에 후한 점수를 매겼다. 사외이사가 처음이라는 조순 이사(전 부총리)는 "무리한 안건은 상정되지 않지만 가끔 이사회 안건이 부결되기도 한다"며 '이사회=거수기'라는 종래의 부정적 인식을 강하게 부인했다. 오세종 이사(법무법인 아태고문)는 "사외이사가 70%를 차지하는 이사회는 표결할 경우 회사의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올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며 "SK㈜가 이사회 역할 증대에 대한 확실한 의지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사외이사 경험이 풍부한 남대우 이사(전 신보창투 사장)는 올 들어 난생처음 외국인들의 면담 요청을 받았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의 신용평가 담당자,씨티은행 BOA의 여신담당자들이 SK㈜의 지배구조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더라"면서 "최 회장도 이사회에서는 1표행사권밖에 없다고 얘기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더라"고 전했다. 김태유 이사(서울대 공대교수)는 "이사회에서 토론이 많아 관련 서류를 챙겨야 하는 임직원들이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겠다'며 희망적인 얘기들을 많이 하더라"고 전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