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 취중진담-우리는 이렇게 본다] (1) '가장 열 받을때'

증권맨들을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사대주의'다. 외국물 먹었다는 이유로 낙하산을 타고 윗자리로 날아오면 '배알'이 뒤틀릴 수밖에 없다. 월급은 더욱 그렇다. 어린 사람의 연봉이 자신보다 몇 배나 많다. "입사할 때만 해도 임원도 되고 CEO도 될 것이란 꿈을 꾸었지요. 그런데 입사해 몇 년 있다보니 이상한 사람들이 막 날아 오더군요. 벌써 명퇴를 걱정하는 처지입니다. 나이 서른 중반에…." 참석자 중 한 사람의 독백에 자조 섞인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금융 기관에 모피아(재경부 출신)가 있다면 금융회사에는 씨티가 있는 게 분명하다","주위 동료들 중 가끔 거액을 횡령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게 한편으론 이해가 될 때도 있다"는 푸념도 이어졌다. 서정광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애널리스트가 리포트를 내면 무조건 신뢰하는 풍토를 보면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을 받았다. 김종철 대리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JP모건 누굽니다'라고 하면 어서 오십쇼,'한국 증권사 누굽니다' 하면 쳐다보지도 않아요." 최대근 과장은 "입사 당시만 해도 증권사 지망생들은 은행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3수나 4수를 해서라도 증권사에 입사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내 자식이 증권사에 가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반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정광 애널리스트는 "차라리 지리산 청학동에 보내는 게 낫다"고 했고,이재승 대리도 반대론에 가세했다. 김종철 대리는 "자식들은 유학도 보내고,MBA도 따게 하고,외국회사에도 근무하게 해서 우리와는 다르게 키워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야 인정받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