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웰빙 물결…이온·기능水 인기 '콸콸'


정수기를 새로 장만하려던 회사원 박승형씨(34)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떤 정수기를 고를까만 생각했었는데 최근 부쩍 눈에 띄는 이온수기 광고를 보고는 마음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아토피 증상을 보이고 있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좀 더 '좋은 물'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주변에서 이온수가 좋다느니,심층수가 좋다느니,아니면 그냥 수돗물이 좋다느니 하는 말들을 들을 때면 절로 귀가 솔깃해졌다.


'좋은 물' 먹기가 사람들 사이에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확산된 데다가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생수 해양심층수 등 이른바 '깨끗한 물'은 물론이고 이온수 자화수 등 몸에 좋다는 '기능수'들도 날로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물이 웰빙의 새로운 화두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먹는 물 어떤 게 있나
수돗물,약수,생수,정수 등 일반적으로 먹는 물을 비롯해 이온수,해양 심층수,자화수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수돗물은 가정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물로,항균성을 가진 염소가 처리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수돗물의 경우 수도관 노후 등으로 인한 오염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약수는 몸에 좋다는 인식에 따라 많이 애용되고 있으나 수질검사를 거쳤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지하에서 퍼올린 생수는 허가된 제품의 경우 일단 안전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염소 소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정수기는 유해 물질을 걸러주기 때문에 가정이나 직장에서 가장 많이 이용된다.


그러나 정수기의 경우 몸에 이로운 미네랄까지 함께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해양 심층수는 깊은 바다에서 뽑아올린 물로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으나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한 것이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온수는 몸에 좋은 기능수로 알려지면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아직 효능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국내 먹는 물 관련시장은 1조3천억∼1조4천억원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수기 시장이 약 1조원으로 가장 많다.


◆주목받는 물 '이온수'


요즘 각광받고 있는 먹는 물로 대표적인 게 이온수다.


이온수는 전기분해나 특수 미네랄 첨가 등을 통해 알칼리성 또는 산성으로 만들어진 물을 말한다.


시중의 이온수기는 대부분 필터를 사용해 수돗물의 불순물을 걸러낸 후 전기분해를 통해 '알칼리 이온수'와 '산성 이온수'를 만들어 낸다.


전기분해시 음극에선 마그네슘 칼슘 나트륨 등 각종 미네랄 성분과 수소 이온이 모여 알칼리 이온수가 만들어지고,양극에선 반대로 산성 이온수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음용수인 알칼리 이온수는 노화와 각종 질병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환원기능을 갖고 있어 각종 질병에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산성 이온수는 여성 세정제나 피부 미용수 등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연세대 원주의대 김현원 교수는 전기분해가 아닌 미네랄 첨가 방식으로 알칼리 환원수를 만들어 동물 대상의 실험을 한 결과 항암 및 항산화 효과를 확인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김 교수는 "알칼리 이온수는 비타민C처럼 항산화 기능을 갖고 있으며 산성화된 체액을 정상으로 환원시켜 준다"며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암 전이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온수가 관심을 모으다 보니 이 분야 전문업체뿐만 아니라 정수기 업체와 대기업 등도 잇따라 시장에 진출,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 규모도 현재론 정수기 시장의 7∼8% 선에 그치고 있으나 갈수록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다양한 기능수들


육각수,자화수,파이워터,탈기수….이온수와 더불어 몸에 좋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고 있는 기능수들이다.


전무식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육각수' 이론은 물에 대한 폭발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다양한 기능수 개발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 이론은 영하에 가까운 찬물 또는 알칼리 이온을 함유한 물,자기(磁氣) 처리를 한 물 등에선 6각형 형태의 물 구조가 많아지며 이 육각수가 각종 질병에도 효능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다양한 기능수에 관한 연구는 이웃인 일본에서 주로 이뤄졌다.


자화수 파이워터 이온수 탈기수 등 대부분이 일본에서 개발돼 먼저 상품화됐다.


파이워터는 식물의 개화 과정에 작용하는 특수한 물질을 함유한 물이며 자화수는 물에 강한 자장을 걸어 자화시킨 것이다.


이온수의 경우 일본 연구진이 효능 연구를 수행해 많은 결과를 냈으며 일부 병원에서는 치료제로 활용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이온수기 가운데 많은 수는 일본에서 수입한 제품이다.


◆효능에 대해선 논란


이온수 등 기능수의 효능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관련업계나 일부 학자들은 이온수기의 경우 일본에서 정수기 시장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예로 들면서 활성산소 제거와 같은 효과는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기능수의 효능에 대해 과학적으로 완전히 증명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효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감이 없지 않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공주대 환경교육과 신호상 교수는 "이온수가 몸에 좋은 효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라며 "제품을 구매할 경우에는 이 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