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물결' PC시장까지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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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BM의 PC사업부문을 인수해 세계 3위 PC업체로 도약한 중국 레노보(중국명 롄샹)가 내년 2분기 중 한국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PC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의 한국시장 공략이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이어 첨단 정보기술(IT)제품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레노보는 내년 2분기 중 가칭 '레노보IBM코리아'란 이름의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한국PC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한국IBM의 PC사업부문만 떼어내 레노보와 합작회사를 설립한 후 한국IBM이 판매해온 기업용 PC는 물론 일반인 대상 PC 판매에도 주력한다는 것이다.
레노보는 IBM의 PC사업부문을 근간으로 전세계적으로 레노보가 40∼45%,IBM이 20%의 지분을 갖고 레노보의 개인 대주주들이 나머지 지분을 갖는 합작회사 '레노버IBM'을 설립할 계획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IBM의 현 체제를 골간으로 국가별로 지사를 두기로 했으며 한국법인은 한국IBM의 'PC디비전' 직원 30여명을 중심으로 설립하게 된다.
한국IBM 관계자는 "LGIBM과 마찬가지로 레노보와 IBM이 투자하는 형태의 PC 합작법인이 내년 2분기 중 국내에 설립될 예정"이라며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똑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레노보가 한국에 진출하면 기업용 제품과 고성능 노트북에 집중돼 있는 한국IBM의 제품군이 일반인 대상의 범용제품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레노보는 이미 대만 홍콩 등지에서 중저가 노트북을 팔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중국업체 특유의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IBM은 지난해 PC 1천1백만대를 판매,델과 HP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아시아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어 한국과 일본 시장을 발판으로 도약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C업계는 레노보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레노보IBM이 IBM의 브랜드 인지도에 가격경쟁력을 겸비하면 한국IBM의 노트북 시장 점유율 7∼8%를 훨씬 뛰어넘어 시장판도를 흔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레노보가 한국에서 고전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총판 위주의 일반사용자 시장에서 유통망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고 고급기술 제품인 노트북에선 중국업체란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가격경쟁력이 장점이라곤 하지만 이미 저가로 승부하는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