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한경 소비자대상(下)] 한류… 웰빙… 히트상품에 국경은 없다


한 해를 풍미한 히트상품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 사회의 변화상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히트상품은 한 경제사회의 '거울'인 셈이다.
비타민음료처럼 기획력이 돋보이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상품이 인기를 끈 것도 내수불황이 가져온 결과라 할 수 있다.


가끔 이 '거울'은 국경을 넘기도 한다.


동남아 중국에서 불기 시작한 '한류(韓流)'가 올해 드디어 '욘사마'란 이름으로 일본 대륙을 강타했다.
한류의 발원지인 우리나라도 이웃나라 일본의 욘사마 열풍에 덩달아 놀라 '한류스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다시금 높아졌다.


일종의 부메랑 효과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온라인 회원과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최근 '2004년 10대 히트상품'을 선정,발표했다.
싸이월드,복합기능 휴대폰,비타500,한류 스타,대용량 MP3,저가 화장품,드라마 파리의 연인,마법천자문,주택장기대출,매운 음식 순이었다.


연구소는 "올해 특히 한류스타 싸이월드 등 소프트 상품이 인기를 끌었고 디지털세대 취향 제품이 각광받았다"고 평가했다.


또 소비위축에 따른 내수불황이 올해 히트상품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2002년의 히트상품 리스트에는 '주상복합' '한방제품',2003년은 '신(新)가전'과 '수입차'가 올랐는 데 반해 올해는 '저가(低價)'에 포커스를 맞춘 상품이 많았다.


연구소는 또 한 소비자 안에서 감성적 소비와 이성적 소비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점을 올해 소비의 키워드라고 밝혔다.


먼저 감성적 소비 형태로는 ?또래문화?에 심취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싸이월드(1위),한류 스타(4위),드라마 '파리의 연인'(7위) 등은 다른 사람의 눈은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기표현을 하는 최근 젊은 층의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마법 천자문(8위)은 또래간 경쟁을 통해 학습효과를 극대화시켜주는 기획력이 돋보였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두번째 감성소비로는 비타500(3위),매운 음식(10위) 등 일시적 기분 전환을 추구한 상품을 들 수 있다.


반대로 이성적 소비 형태로는 복합 제품을 구입해 사용가치를 극대화하고 고차원적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복합기능 휴대폰(2위),대용량 MP3(5위) 등이 그 예.


복합기능 휴대폰은 고화소의 카메라,MP3,동영상 재생,가로화면,대용량 메모리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히트상품이다.


또 주택장기대출(9위)과 저가 화장품(6위)은 소비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혜택은 최대화하려는 욕구에서 나온 것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상품별로 들어가보면 올해 우리나라에선 '꽃미남'과 '주5일제'가 주요 소비 키워드였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꽃무늬 셔츠,남성 화장품,비즈니스 캐주얼 재킷,아웃도어 웨어,프리미엄 TV,프리미엄 진,초저가 화장품,디카폰을 '2004년 히트상품 베스트8'으로 선정했다.


부문별 바이어의 의견과 매출실적을 토대로 매출기여도,집객력,화제성,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김인호 유통연구소장은 "메트로섹슈얼,꽃미남 바람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까지 이어져 감각적이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한 남성들의 지갑을 열었다"며 "하반기부터 주5일제의 본격 확산에 따라 기능성 등산의류나 PDP TV 등 여가 관련 상품의 선전도 돋보였다"고 말했다.


또 "불황이 지속되면서 가치소비와 합리소비가 함께 나타나 프리미엄 상품과 초저가 상품이 동시에 인기를 모은 것도 특이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경제신문이 발표한 '2004년 히트상품 순위'를 보면 '한류(韓流)'와 '아테네 특수'가 최고 인기상품으로 선정됐다.


'욘사마'를 낳은 드라마 '겨울연가'는 욘사마를 테마로 한 한국 관광과 한국어 배우기를 확산시켰다.


아테네 올림픽은 DVD 레코더와 현장감 있는 감동을 전달하는 대화면 초박형 TV를 단번에 가정에 침투시켰다.


한마디로 국경과 시간을 초월한 감동이 일본 열도를 달군 것이다.


또 다른 키워드로 앤티에이징(Antiaging)을 들 수 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실제 나이보다 젊고 아름답게 보이도록 해주는 상품과 서비스가 인기를 누렸다는 분석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마음도 몸도 젊게 가꾸고 싶다는 '키레이(輝齡)'와 같은 맥락이다.


아름다운 각선미를 만들어주는 바지는 남성복에서도 유행을 만들어 하루야마상사의 '가쿠초 양복'은 올 들어 9월말까지 약 50만벌이 팔렸다.
앤티에이징 바람으로 화장품에서는 노화방지 원료 '코엔자임 Q10'이 히트상품 대열에 올랐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