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심사 회피 ‥ '초미니 증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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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기업의 증자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유가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는 20억원 미만의 소액 증자를 실시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일부 기업은 증자 계획과 재무상태 등을 담은 유가증권신고서를 금감원이 '퇴짜' 놓자마자 곧바로 증자금액을 20억원 미만으로 낮추는 기민함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금이 급한 기업들이 금융감독 당국의 심사에 걸려 대규모 증자가 어려워지자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한 소액 증자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잇따르는 정정·보완 명령
22일 코스닥시장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유가증권신고서 정정·보완 요구를 받고 증자를 포기하거나 소액 증자로 돌아서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이달 들어 후야인포넷(옛 한국스템셀) 어울림정보기술 로토토 한원마이크로 등 4개사의 증자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후야인포넷은 당초 지난 6,7일 50억원을 유상증자할 계획이었으나 금감원이 유가증권신고서 정정과 자료 보완을 요구하자 포기했다.
보안솔루션 업체인 어울림정보기술은 신고서에 주요사항 기재를 누락한 데다 재무 및 손익 관련 리스크가 발견됐다는 금감원의 지적을 받고 증자를 '없던 일'로 했다.
인터넷복권 사업자인 로토토는 4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가 금감원의 자료 보완 요구로 힘들어지자 당일 곧바로 19억원의 소액 증자로 변경,자금조달에 성공했다.
3S와 실미디어도 이달 들어 소액 증자를 실시했다.
웰링크는 23일 일반공모로 10억원을 증자할 예정이다.
한원마이크로는 24,27일 19억원 규모의 일반공모로 증자할 방침이어서 소액 공모 실시 기업은 이달 들어 5곳에 달하고 있다.
코스닥 기업이 소액 일반공모로 조달한 자금은 △2002년 19억원 △2003년 4백36억원 △2004년 4백65억원(12월21일 기준)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소액 증자는 감독 사각지대
금융감독 당국의 '감시의 눈'을 피해 소액 증자에 나서는 코스닥 기업이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감독은 상대적으로 부실한 편이다.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증자 과정에서의 투명성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창민테크는 19억원의 소액 공모를 실시하기 하루 전날 상습적 불성실 공시를 이유로 투자유의 종목에 지정돼 공모에 실패했다.
지난 9월 60억원의 증자 계획이 금감원의 자료 보완 요구로 취소된 뒤 지난달 19억원의 소액 증자에 성공한 엠앤피앤은 이날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악용해 머니게임을 벌이다 적발된 기업이 많았던 데다 주금 가장 납입 사건까지 터지면서 코스닥 기업에 대한 금감원의 증자 심사가 이전보다 까다로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소액 공모 실시 기업에 대해 증자과정 등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