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살길이다] '수출 코리아' 힘껏 날아라


내년 경기에 대한 잿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대표 기업들은 수출로 난국을 돌파하기로 하고 연말 전열을 새로 짜고 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데다 내수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없자 '수출만이 살 길'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수출로 일군 한국 경제성장사를 수출로 지켜가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문제는 호황을 누리던 세계 경제가 한 풀 꺾인데다 환율 하락이란 복병까지 겹쳐 수출 환경이 나빠질 것이란 데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수출 규모는 2천5백20억달러로 작년 대비 3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등 3대 수출 품목은 40%가 넘는 사상 유례 없는 높은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도 해외 시장에서 달러를 열심히 벌어들인 결과다.


그러나 내년에는 이 같은 수출 호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고유가로 인한 세계경제 둔화 조짐과 정보기술(IT) 경기 위축이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적인 달러 약세 현상으로 원화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어 한국 기업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유난히 수출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불굴의 정신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함으로써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취지로 풀이할 수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지난 6일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삼성 반도체 진출 30주년 전략회의'에서 "반도체가 지난 한 세대 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국가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구본무 LG 회장도 계열사 사장들에게 "최근과 같이 원화 강세,유가·원자재값 상승 등 경제환경의 변화가 심할 때일수록 시야를 넓은 곳으로 돌려야 한다"며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1등 기업의 관건이 될 만큼 해외 시장은 중요한 승부처"라고 강조했다.


LG전자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은 내년 수출에 총력을 기울여 두자릿수 이상 매출 신장률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최근 열린 경영 전략회의에서 "내년에도 자동차 내수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올해 75%인 수출 비중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수출 10% 이상 증가 목표를 위해 분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올해 1백68만대(해외 생산과 조립생산 포함)를 수출한 현대차는 품질 및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켜 내년에는 올해보다 15% 정도 끌어올리기로 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들은 원가 절감에 뼈를 깎는 혁신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최고경영자들은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혁신을 추진해줄 것을 사업부문에 지시했다.


삼성전자는 고강도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창사 35주년 메시지에서 "세계경제 하락세,주력사업 시황 악화 등으로 내년 경영 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금은 초일류로 가느냐 추락하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그룹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사업부별 예산을 삭감하는 등 수익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둘러 기업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이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을 계속 늘려가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