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공부문만 살찌운 실업대책

김경준 '아빠는 사오정(사십오세 명예퇴직),아들은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욱 어렵다고 하니 새해에는 집안에 온 가족이 모이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맞아야 할 지경이다. 명예퇴직 당하는 아버지들은 아들이라도 취직하기를 바라겠지만 청년실업 90만명시대에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청년실업은 사회적 경험을 쌓을 기회를 아예 차단당하기 때문에 만성실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다. 정부 역시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모르지는 않아 지난 3월 '청년실업대책특별법'을 제정하고,11월에는 '청년실업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실업률은 2002년 6.6%에서 7.2%로 오히려 높아졌다. 정작 문제는 '청년실업대책'의 본질이 사회적으로 부가가치가 있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세금 더 걷어서 필요도 없는 일자리 억지로 만들어 월급 주겠다는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올해 10월 말까지 정부가 청년실업대책으로 직접 쓴 돈은 약 5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연수체험,직업훈련,해외연수 등 단기대책에 4천6백억원을 사용했다. 단기대책이란 청년실업자들에게 일시적으로 세금으로 월급 주면서 시간 끌었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청년실업해소특별법 시행령을 통해 매년 공기업 정원의 3% 이상씩 신입사원 채용을 의무화했다. 공기업들은 경영상태에 상관없이 무조건 신입사원을 더 뽑아야 될 것이고 이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만 매년 4천억원 이상이다. 거기에다 참여정부 들어 2년간 공무원은 2만7천명이 늘어났고 2005년에는 9천7백명을 증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3년간 무려 3만7천명의 공무원을 늘린다는 것인데 공무원유지에 1인당 연간 5천만원씩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보면 연간 국민들의 세금부담은 2조원이 늘어난다. 결국 청년실업해소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쓰는 돈이 연간 3조원이라는 말이고 이 돈은 납세자들의 세금이다. 이를 보면 청년실업해소대책이라는 것이 구호는 요란하지만 기껏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늘리겠다는 것이 본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국민의 세금부담을 늘리고 공공서비스 가격을 높여 납세자와 소비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이다. 특히 경기불황으로 장사 안되니 세금 줄여달라고 식당주인들이 솥뚜껑 시위를 벌이고,환율문제로 기업경영도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세금으로 월급주는 일자리 만들어 실업 줄이겠다는 정책은 민간부문의 추가긴축을 강요해 청년실업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역효과만 일으킬 것이다. IMF 구제금융 이후 민간부문은 온갖 희생을 강요받았지만 공공부문은 오히려 더욱 거대한 공룡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 청년실업대책에서도 드러난다. 즉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민간부문의 희생과 구조조정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효율성도 떨어지고 부가가치도 별로 없는 공공부문은 온갖 구실을 붙여 일자리를 늘리고 혜택도 누린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현실이 힘들 때 대마초를 피우면 고통은 잊겠지만 약 기운이 떨어지면 더 힘들어질 뿐이다. 청년실업문제를 세금으로 월급주는 일자리 늘려서 해소한다는 것은 배 아플 때 대마초 피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청년실업은 선진국 수준으로 많은 세금 걷으면서 후진국 수준으로 엉뚱하게 쓰고 있는 비효율적 공공부문이 민간부문 뒷다리 잡고 있는 것도 큰 이유다. 로마인들은 '선정의 근간은 공정한 세제'라고 믿어왔다고 한다. 진정한 개혁이란 세금 적게 걷어 잘 쓰는 것부터 출발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