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알렉산더'.. "전장이 곧 자유였노라"


"알렉산더는 평생 싸웠어. 싸움으로써 그는 자유로워졌지. 그리스와 이방족의 대화합이란 꿈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건 위대한 실패였어."


종반부 해설자의 내래이션은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액션 사극 '알렉산더'의 성격을 한 마디로 요약해 준다.
알렉산더는 원대한 이상을 품고 대제국을 건설했지만 현실주의자들의 저항으로 요절한다.


낙오된 영웅,위대한 패배자의 관점에서 주인공을 그린 걸작 전기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피츠카랄도' 등과 접근 방식이 비슷하다.


알렉산더의 위대함은 민족주의를 넘어 만민평등주의에 입각해 전세계인을 하나로 통합하려 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측근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아시아인 록산느(로사리오 도슨)를 아내로 맞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부하들과 격론을 벌이는 그의 모습에서는 '열린 자세'도 엿보인다.


아버지(발 킬머)와 어머니(안젤리나 졸리)의 반목과 이에 따른 왕세자 지위의 박탈 위기,야심가인 어머니와의 갈등 등은 알렉산더를 끊임없이 전장으로 내모는 요인들이다.
이 작품의 양대 축은 그의 고뇌와 함께 액션 장면이다.


페르시아인과의 사막 전투신과 코끼리를 앞세운 인도인과의 전투신 등은 방대한 스케일과 뛰어난 사실성이 돋보인다.


컴퓨터그래픽 흔적이 역력했던 '트로이'보다 한수 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다양한 캐릭터 구축과 그들의 이해관계에서 빚어지는 이야기라는 측면에서는 '트로이'에 비해 떨어진다.


카메라가 알렉산더에게만 집중된 탓에 그의 독살은 '느닷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현실주의자들의 기회주의적 속성과 그들의 음모에 대한 암시가 미리 있어야 했다.


주제에 배치되는 불필요한 장면들은 알렉산더가 위대한 이상주의자인지 정복의 화신인지,혹은 영웅인지 범인인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알렉산더 역의 콜린 파렐은 연기력 부족으로 원대한 이상을 실현할 때 수반되는 열정과 광기를 표현하지 못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피츠카랄도'가 걸작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면에는 주연 피터 오툴과 클라우스 킨스키의 강력한 에너지가 한몫을 했다.
30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