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부모의 희생 ‥ 정문식 <이레전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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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가고 있다. 뭔가를 빠뜨린 듯한 허전한 마음에 시간을 붙잡고 싶지만 기다려 주지 않는다.
올해는 송년 모임이 유난히 많았는데,모임 때마다 반가운 만남의 미소 뒤엔 경제에 대한 걱정이 주를 이뤘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며 서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엊그제는 지인의 회장 취임식에 참석했는데,축하 행사가 끝나갈 무렵 그날의 주인공과 부모님이 함께 나와 인사를 했다. 그의 어머니께서는 기분이 좋아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 자랑스런 아들을 대견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광경을 보면서 나는 흐르는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6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지금은 실버타운에 계시는 어머니 생각이 나면서 그분 부모님의 건강하심이 부러웠다.
내게 당장 축하받을 일이 있다 한들 투병중인 어머니가 기뻐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어린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40여년을 홀로 지내신 어머니. 그 분은 무엇을 위해 반평생을 희생하며 살아왔을까.
아들들이 장성해 자식을 낳고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지만 어머니에 대한 보상은 무엇인가.
그날 밤 지인들과 부모님에 대한 추억과 은혜를 더듬어 갔다. 나이 50을 전후한 분들은 이미 고아가 된 지 오래라며 아쉬워했다. 거칠고 투박한 두 손,허름한 옷차림으로 학교에 도시락을 들고 오신 어머니. 그 초라한 모습을 친구들이 볼까봐 빨리 가시라며 등을 떠밀던 철없는 아들. 그런 아들을 원망하지 않고 모든 것을 주신 어머니는 필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과거 시골에서 논 팔고 소 팔아 서울로 유학 와서 자취하며 공부했던 세대들이 오늘의 한국을 이끌어 가고 있다. 아니,그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바치신 이 땅의 부모님들이 발전한 한국의 일등공신이 돼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은혜와 사랑을 아이들에게 돌려줄 차례다. 지금은 우리세대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이 시대의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서,또는 멀리 해외에서 외로움과 싸워가며 공부하고 있다.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갈 이들을 위해 기성세대는 어떻게 값지고 보람 있는 투자를 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