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장수마을

세계적으로 이름난 장수촌으로는 구소련 남부 코카서스의 그루지야와 에콰도르의 빌카밤바,파키스탄 캐시미르지방에 있는 훈자가 꼽힌다. 이 장수촌들은 지역이 전혀 다른 데도 공통점은 여럿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기후환경이 좋고,식사량이 적고,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고,부지런히 일하고,발효음식을 즐겨 먹는다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 장수비결로 얘기되는 모든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시사주간지 타임이 소개한 무병장수의 비밀도 이와 흡사했다. 식생활이나 거주장소,스트레스 등 라이프스타일이 수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유전자의 영향은 20∼30%에 불과하다는 게 연구의 결론이었다. 미국 유타주의 몰몬교 신자들이 한 예가 될 듯한데,이들은 청결한 생활을 강조하면서 술 담배는 물론 커피까지도 마시지 않아 미국인 평균수명보다 8년이나 더 길다고 한다. 서울대 노화연구센터가 엊그제 발표한 국내 장수마을도 세계 장수촌과 마찬가지로 고도가 높은 지역에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장수마을은 남해안과 제주도 등의 특정지역에 한정돼 있었지만,이제는 산간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또한 섭생에 있어서도 기존의 상식과 배치되는 점이 많았다. 장수노인들은 잡곡보다는 흰 쌀밥을 배불리 먹고,반찬도 신선한 야채보다는 데쳐 먹는다. 고혈압 등 성인병을 유발한다고 하는 간장 고추장 된장 등 짠 음식도 끼니 때마다 식탁에 오르고 있다. 영국 뉴잉글랜드 지방의 백수(百壽)노인들도 식습관이나 운동습관에서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건강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음식들을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유전자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데 그 정체를 밝히는 일은 과학자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장수촌이 분명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렇듯 장수원인에 대한 해답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다만 그 곳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낙천적이라는 점이 공통될 뿐이다. 미운 소리,헐뜯는 소리,군소릴 랑 멀리 떨쳐 버리고 칭찬이나 하면서 사는 것이 낙천적인 마음을 갖는 첩경이 아닐까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