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자영업과 노동시장

자영업자 대책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식당 여관 등을 운영하는 업주들이 극심한 내수 침체로 파탄위기에 몰리면서 여당측이 정부에 자영업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모양이다. 재정경제부는 난립하고 있는 자영업의 구조조정과 업주들의 업종 전환을 유도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한국개발연구원에 서비스산업의 구조혁신방안이라는 연구용역도 발주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영업자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3명 중 1명에 달할 만큼 노동시장은 물론 전체 경제에 막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영업주가 6백15만2천명에 이르고 여기에 월급을 받지 않고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가 1백52만1천명 등 모두 7백63만명이 자영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34.9%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미국의 7.6%,일본의 15.1%,영국의 12.7%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경제 발전속도가 비슷한 대만의 28.4%보다 훨씬 높다. 자영업자가 이처럼 많아진 것은 무엇보다 외환위기 이후 실직자들이 때마침 불어닥친 프랜차이즈 붐에 편승해 대거 음식점 등에 뛰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난립된 자영업에 대해 종합대책을 세우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문제는 과연 어떤 대책이 가능할 것이며 대책이 나온다고 해서 효과는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이나 업종전환을 유도한다고 하지만 이것으로 자영업자 자체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취업하기 힘들어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이 많은 상황이고 보면 자영업에 대한 대책은 자영업 아닌 분야에서의 취업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경기 대책과 함께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자영업과 노동시장이 긴밀한 관련을 갖고 움직인다는 것은 이미 해외의 여러 연구조사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미국 경제학자 애럼(Arum) 등은 지난 2000년 최저임금제,고용보험법 등 노동시장 규제 수준이 각 주별 자영업자 비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가 강한 주일수록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가 심할수록 기업들은 근로자들과 정상적인 고용관계를 구축하기 힘들고 이는 고용기피로 이어져 그만큼 생계형 자영업자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물론 소기업 형태가 대기업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업종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노동시장의 정상화를 통해 '자영업 과잉'을 해소하는 외에 자영업자의 업종전환을 유도하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업종별로 인프라 자금을 지원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에 대해 업종전환을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없지 않고 게다가 일시적인 자금 지원은 자칫 캄프르 주사같은 효과만 낼 뿐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자영업 대책은 결국 노동정책의 기본인 고용의 자율성,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취업의 길을 넓혀주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울러 소비를 죄악시하는 사회분위기를 완화해주는 등 무형적인 지원도 있어야 할 것이다. 반부자 반기업 정서가 날로 기승을 부리는 작금의 상황은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내수를 침체시키는 악순환을 가동시킬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박주병 생활경제부장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