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교육과 이념의 혼재
입력
수정
얼마 전 우리나라 학생들이 '1등'이라며 화려한 수식어 속에 보도됐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결과'에서 묻혔던 사실이 있다.
학생 전체로 보면 40개국 가운데 문제해결력 1위,읽기 2위 등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지만 '상위 5%' 학생만을 떼어내 비교하면 문제해결력 3위,읽기 7위 등으로 매우 저조했다는 것.
즉 전반적인 학력수준은 높았지만 최상위권 아이들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뒤진 셈이다.
이는 30년간 지속된 고교 평준화 정책의 영향이 컸다는 게 분석을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측의 결론이었다.
그래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22일 평준화 보완을 위해 상위 5%를 대상으로 '엘리트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육 전문가들은 늦었지만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은 글로벌경쟁이 대세로 자리잡은 시대에 국가나 민족의 생존을 보장받으려면 이른바 '창조적 소수'를 많이 길러내는 것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지 오래다.
그 결과,미국이나 영국 일본에선 엘리트교육은 국가가 해야 할 핵심 교육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해온 유럽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데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민주노동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교육부의 엘리트 교육정책에 대해 '교육현실 외면한 빗나간 영재 만들기''국민혈세 2천억원 들여 교육차별 심화시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특히 전교조는 안병영 교육부총리 경질을 겨낭한 듯 "임기 말년에 융단폭격이 쏟아진다" "말년 병장,이거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라는 독설도 서슴지 않았다.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가진 안 부총리는 '가장 힘든 점'에 대해 묻자 "우리 교육은 교육적 문제를 이념적으로 해석해 갈등이 심하다"며 "교조적 이해와 상투적 교육 관점을 털어버리고 대화를 통해 이념을 넘어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교조와 민노당의 이날 성명이 구태의연한 소리로 들린 것은 기자뿐이었을까.
김현석 사회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