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협상 타결이후가 더 중요하다

미국 중국 등과의 쌀개방 협상이 사실상 타결돼 발표만 남았다는 소식이다. 연말까지인 최종 협상 시한을 한주 남겨놓고 있는 정부는 쌀개방을 10년 유예하는 대신 현행 4%인 의무수입물량을 오는 2014년까지 7.9% 안팎으로 늘리기로 합의한 결과를 이번주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만족할 만한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올해안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경우 내년부터 자동적으로 관세화가 적용돼 전면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도 어쩔수 없는 선택 아닌가 싶다. 문제는 앞으로다. 내년에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DDA협상결과에 따라선 2∼3년 안에 쌀시장을 전면 관세화 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금은 정부와 농민단체가 합심해 의무수입물량 확대에 따른 피해 최소화는 물론 쌀시장 완전 개방까지를 대비하는 농업발전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당장 내년 하반기부터는 외국쌀이 우리 식탁에 올라 국산 쌀과 직접적인 경쟁을 하게 된다. 자칫 머뭇거리다간 외국쌀이 우리 식탁을 상당 정도 장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우리 쌀의 품질이나 마케팅능력 향상을 위해 정말이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지난 주말 경제장관간담회를 열고 '농업·농촌 종합대책 세부추진계획'을 발표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말보다 실천이다. 지난 94년 우르과이라운드 이후 10년간 70조원을 농업구조조정 명목으로 투입하고도 농가 빚만 더 늘어나는 등 오히려 농업경쟁력이 후퇴했다는 말을 듣는 것도 정부가 정치논리에 휘둘려서 각종 대책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노력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간 1백19조원을 들여 농촌을 살리겠다는 구상도 제대로 된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농촌을 더욱 곤경에 빠뜨릴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농민단체들도 더이상 '무조건 반대'만 외쳐선 곤란하다. 쌀이 갖고 있는 특별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세계 10위권의 무역국가인 우리나라는 공산품 수출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점에서 쌀시장 개방의 불가피성도 살펴야 할 것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 쌀시장을 완전 개방한 것도 같은 이유다. 정부가 개방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쌀값하락에 따른 직접보상 방안도 마련해 놓은 만큼 이젠 농민들도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농업의 경쟁력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