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집'.. "역시 맛이 달라…" 깊은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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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간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글자 중 하나가 '원조'다.
그러나 이름뿐인 원조집은 금세 들통나기 마련이다.
원조라고 쓴 간판을 내걸수는 있지만 맛까지 원조집을 따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찬바람이 세질수록 생각나는 '원조집'을 소개한다.
# 값싸고 육질좋은 '서서갈비'
서울 신촌로터리 근처의 '연남식당'(02-716-2520)은 '서서갈비'로 더 알려져 있다.
1953년께 문을 열었다.
이대현 사장(64)이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좌석이라는 게 없다.
누구나 서서 먹어야 한다.
그래서 '서서갈비'다.
싼 값에 질 좋은 갈비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전국 유일의 곳이라 할 수 있다.
메뉴는 갈비 한 가지.반찬이라고 해야 고추와 마늘,고추장 그리고 갈비 소스가 전부다.
주문하면 양념에 재운 소갈비를 가져와 연탄불 위에 놔준다.
고기는 서울 마장동에서 가져온다.
당일 해체작업을 한 고기를 양념에 재워 바로 그날 모두 팔아치운다.
갈비 한 대(1백50g)에 1만원.한 재일교포는 비행기로 이 갈비를 공수해가며,지방에서도 포장을 해달라는 주문이 많다고 한다.
# 매콤한맛에 반한 '서린낙지'
낙지로 유명한 곳으로는 무교동을 들 수 있다.
한결 같은 원조집으로 서린낙지(02-735-0670)가 꼽힌다.
1959년 시작해 2대째 운영 중이다.
소시지와 베이컨,그리고 콩나물이 가득찬 불판에 낙지볶음을 섞어 먹는다.
낙지는 여수산으로 굵다.
원래는 메뉴가 '따로 낙지'였으나 손님들이 섞어 먹으면서 일반화됐다.
소시지는 보들보들한 게 낙지의 매운 맛을 중화시켜 준다.
참기름을 알맞게 떨군 대접을 달라고 해 밥을 비벼 먹으면 좋다.
바지락을 넣어 삶은 콩나물국이 시원하다.
4명 기준 3만7천원.
# 육수와 양념맛이 입안에 가득
동대문종합시장 먹자골목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닭 한마리의 원조는 '진옥화 할매 원조 닭한마리'(02-2275-9666)다.
1986년 시작해 지금은 딸이 운영하고 있다.
자리에 앉으면 닭 한 마리를 담은 세수대야 같은 냄비와 다진 양념,김치 등을 내놓는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가위로 직접 닭을 잘라야 한다.
김치를 넣고 다진 양념을 넣고 다시 끓기를 기다린다.
떡사리나 감자사리를 추가할 수 있다.
2∼3인분에 1만3천원.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