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2005년 경영계획] 이학수 구조본부장 일문일답

28일 출입기자들과 송년 간담회를 가진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올해 거둬들인 사상 최대의 실적에 고무된듯 밝은 표정이었다. 시종 환한 웃음에 때로는 가벼운 농담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삼성이 초일류기업의 반열에 완전히 안착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섣부른 자만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재계의 전경련 회장 추대 움직임에 대해서도 선을 명확히 그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올해 실적을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1백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실현한 회사는 세계적으로 9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순수 제조업체로는 일본의 도요타가 유일하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올해 1백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삼성은 명실공히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랐나. "글로벌 시장에서 확고한 일류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없다. 좀 더 노력하면 그룹 전체가 안정적인 일류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특유의 위기론을 자주 거론하는 배경은. "자칫 현재의 성과에 안주할 경우 이 고비를 돌파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간에선 삼성이 '위기론'을 거론하는데 대해 '잘 나가는 기업이 왜 저러냐'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위기'라는 단어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문턱에서 좌절하면 안된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된다는 얘기가 있는데. "아직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못했다. 하지만 사견을 전제로 전경련 회장직 수락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은 여전히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등의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 "이미 공정거래법이 개정된 마당에 왈가왈부 하고싶지는 않고 향후 기업인수합병(M&A) 위험에 대비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다. 또 최근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을 금융권에 신탁한 것은 에버랜드가 실제 지주회사가 아닌데도 관련 법령에 따라 지주회사로 분류되는 것을 막기위한 조치였다. 사실 (기업현실에) 잘못된 것(법령)들 아닌가." -기업도시와 관련한 삼성의 입장은? "기업도시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거나 사전에 검토한 사실이 전혀 없다. 정부나 전경련에서 기업도시를 만들자고 하는 것은 지역을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경제를 활성시키자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의 도요타시나 스웨덴의 울루시 같이 국제적으로 성공한 기업도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개성공단이 활기를 띠고 있는데 대북사업을 확대할 의향은. "삼성 주요 계열사는 대부분 외국인이 5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관점에서 (대북)투자가 이해되고 수용돼야 한다. 값은 값이면 북한에 투자하겠지만 결국 경제성과 효율성이 투자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