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40% 여신등급 하락 직면..은행, 내년 여신관리 '비상'
입력
수정
내년에 은행의 여신등급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여 은행권에 중소기업 여신관리 비상이 걸렸다.
특히 '정상'에서 '요주의' 등급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이 적지 않아 은행의 충당금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은행들은 '요주의'여신에 대해 만기상환 요구에 나서면서 중소기업의 자금난도 한층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소기업 여신등급 대거 하향전망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각 시중은행들이 연말 결산을 맞아 거래 중소기업들의 경영현황을 조사한 결과 여신등급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곳이 거래기업의 평균 20∼40%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매출감소,경상이익률 하락,차입금 증대 등 여신등급을 매길 때 가장 중요한 지표인 현금흐름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이는 내수경기 침체 가속화,환율하락에 따른 수출채산성 하락,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증대 등이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남동공단지점장은 "내수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수출관련 제조업체들도 매출 및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내년 초 여신등급을 재평가할 때 은행과 기업간에 한바탕 홍역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요주의' 상환요구 거세질 듯
은행은 연말 재무제표 등을 기초로 이듬해 2∼3월 기업의 신용등급을 다시 평가,금리 등 대출조건을 조정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정상에서 요주의 여신으로 떨어지는 기업이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밝혔다.
정상여신 범위 내에서 등급이 하락하면 이자만 조금 높아질 뿐이며 만기연장은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요주의 여신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정상에서 요주의 등급으로 떨어지면 은행들은 즉시 대출금의 2%를 대손 충당금(떼일 것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으로 적립한다.
일선 지점장들은 "6%대의 대출이자를 받고 2%의 충당금을 쌓고 나면 지점의 손익이 적자로 돌아선다"면서 "이 경우 지점장들은 만기상환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