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일자) 집단소송제 강행 유감이다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끝내 처리되지 못한 것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다. 과거 분식회계를 정리할 수 있는 유예기간도 주지않고 법이 시행에 들어가는 탓에 일파만파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까닭이다. 미국에서조차 기업 경영환경을 악화시킨 악법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집단소송제도를 자본주의 역사도 일천한 우리나라가 이처럼 무리하게 시행하는 이유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동안의 관행을 고려할 때 분식회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이 거의 없고 정치적 이유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분식회계를 하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누누이 강조해왔듯 과거분식회계에 대해선 반드시 유예기간을 부여해 이를 정리토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 회계의 특성상 한번 이뤄진 분식은 두고두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 고리를 끊을 기회를 주지 않으면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분식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실제 집단소송이 제기될 경우 해당 기업들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외신인도 하락 및 주가 폭락 등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뿐아니라 아예 기업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줄줄이 쏟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다행히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소간의 시간적 여유는 있다. 집단소송제의 첫 적용대상이 되는 12월 결산법인들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시기는 내년 3월말까지여서 2월중에만 개정안을 통과시켜도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다. 때문에 국회는 이제부터라도 기업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열린 마음으로 경제계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왜 경제부총리와 금융감독위원장까지 나서 유예기간 부여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는지 그 의미를 깊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