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완전개방 10년 유예] 8%아래 의무수입 지켰지만‥

정부가 중국 미국 태국 등 9개국과의 협상을 거쳐 확정지은 쌀시장 개방 재협상 결과는 관세화 유예기간과 의무수입물량 등 주요 쟁점에서 '예상했던 수준'의 성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쌀 관세화 유예기간을 5년으로 줄이자는 미국 등의 요구에 맞서 '10년 유예'라는 한국측 의견이 관철됐고,의무수입물량 또한 정부가 최종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8% 아래로 끌어내리는 데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쌀시장 추가개방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농민들과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국회의 비준동의 과정에서 과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 때와 비슷한 '홍역'을 한바탕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년간 또 '시간벌기' 정부는 쌀 관세화 유예 추가연장을 위해 협상국들에 쌀 의무수입물량을 올해 4%에서 향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7.96%까지 늘려주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 등 협상국들은 당초 관세화 유예 추가연장에 대한 대가로 의무수입물량을 15%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1년여간의 협상 끝에 증량수준을 대폭 낮췄다. 특히 일본과 대만이 과거 쌀 관세화 유예 협상 당시 의무수입물량을 각각 6년과 1년 만에 국내소비량의 8%까지로 높였던 것과 비교해 볼 때 한국 정부는 무려 20년 동안 유예를 받으면서 7.96% 수준만 허용,이번 협상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관세화 유예기간 중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점도 긍정적인 성과로 꼽힌다. ○국산 쌀값 영향받을 듯 쌀협상에 대한 국회비준이 이뤄질 경우 빠르면 내년 6월부터 일반 소비자들은 시중에서 수입쌀을 사먹을 수 있게 된다. 내년에 시판될 수입쌀 물량은 전체 의무수입쌀의 10%인 2만2천5백57t(15만8천섬)이다. 국내 쌀 소비량이 3천2백50만섬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체 쌀 소비량의 0.49% 수준이다. 시판되는 수입쌀의 물량이 전체 국내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할지라도 일부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시판용 쌀을 공매할 때 높은 가격을 써내는 업체에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국산 쌀과의 가격차를 줄인다는 방침이지만 어느 정도의 가격차는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회비준 등 '산 넘어 산' 이 같은 협상안이 최종 확정될 것인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의무수입물량 증가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정치적 논리로 국회비준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할 경우 지금까지의 협상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관세화로 전환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만약 국회비준이 무산되면 일단 관세화로 전환해야 된다고 보고 있지만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