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뚫은 해외 개척자들] (1) 일본 캐논 입사한 고현채씨

"대학재학시절 일본에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다보니 일본 기업에 취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지방대출신으로 일본의 세계적인 하이테크업체인 캐논에서 입사한 고현채씨(33,대리)는 "최근들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등 세계이률반열에 오르는 한국기업이 늘어나면서 일본기업들이 한국사람들을 인정해주기 시작한 것 같다"며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욘사마 한류붐'까지 겹쳐 회사동료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는 고 대리는 "일본에서 공부하고 근무하면서 한국인이라고 차별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울산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그는 국내 일류기업에 입사하고 싶었지만 '지방 출신은 서울 소재 대학 졸업생에 비해 불이익을 당한다'는 주변의 말에 대학 2학년 때 해외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해외로 가려면 영어 하나는 '똑소리 나게 해야겠다'고 작심한 그는 전공보다 영어에 매달린 결과 토익 점수 9백50점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영어를 심화시키기 위해 호주 연수를 간 고씨는 영어수업 중 일본 친구들과 한·일 과거사를 놓고 심한 논쟁을 벌인 다음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겠다' 싶어 일본어를 시작했다. 일본어를 파고든 지 1년여 만에 일본 문부성 장학금 시험에 통과할 정도로 수준급 일본어 실력을 쌓았다. 대학 졸업과 함께 도쿄대 대학원(산업기계 전공) 시험에도 합격했다. 중소기업에서 6개월간 일해 마련한 초기자금(?)으로 2000년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도쿄대에서 반도체 가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고씨는 2003년 1월 일본에서 소니 못지 않게 알아주는 '캐논'에 입사할 수 있었다. 고씨는 현재 지식재산 법무본부 출원과에 근무 중이다. 그는 해마다 3백여건에 달하는 한국에 대한 특허출원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4백여명의 지식재산본부 정규직 중 한국인은 그가 유일하다. 고씨는 "한국과 일본 기업 간 특허 분쟁에서 일본 회사를 위해 힘을 쏟을 때는 심적 갈등도 겪는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기업은 국경을 넘어 글로벌시장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에 질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하면 세계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생각에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기업에 대해 고씨는 "하나의 결론을 낼 때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반드시 공감대를 이뤄낸 다음엔 강한 실천력을 발휘하는 점이 돋보인다"며 "말단이라도 담당 직원의 전문적 의견을 존중하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다른 외국 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일본 기업의 취업은 역시 일본어 실력이 가장 중요하고,다음이 업무(전공)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취업에 관심이 있는 한국의 후배들에게 조언을 달라고 하자 고씨는 "일본 회사는 각별히 회의가 많아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이 기본"이라며 '일본어 공부'를 재차 강조했다. 일본기업은 대개 면접을 매우 중요시한다. 입사시험 때 면접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 된다. 하루만에 끝나는 우리나라와 달리 보통 2~3일간 임원급 부장급 과장급 등 다층면접을 실시한다.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도 주요 잣대다. 그는 "앞으로 삼성 등 한국 기업들과 특허 공유 등 협력 관계가 많거나,한 시장에서 영업활동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소니 캐논 도요타 등이 한국 인재에 대한 관심이 많을 것"이라며 도전해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고씨는 올해부터 3년간 공부해서 '한국 변리사 자격증'을 따기로 계획을 세웠다. 캐논의 한국 특허 출원 업무를 프로답게 해내서 A급 인재로 인정받으려면 전문가가 되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일본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나면 삼성이나 LG같은 고국의 일류 기업들이 스카우트 손길을 뻗을지도 모르겠다"면서 "고국에서 프로답게 일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장래 설계를 내비쳤다. 그는 회사 기밀이라며 정확한 연봉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대략 5백만엔(약 5천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대 기계공학 ▶호주 영어 연수 ▶일본 문부성 장학금 ▶도쿄대 대학원(산업기계공학) ▶도쿄대 반도체가공학 석사학위 ▶캐논 지적재산 법무본부 출원과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s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