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상도] 2007년 대선 예비주자들 예사롭지 않은 행보

차기 대권을 꿈꾸는 예비주자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잠룡(潛龍)'들이 연말연시 의욕적인 행보를 통해 '차기'이미지 제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까지 3년 가량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선전'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여권의 차기 예비주자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입각에 성공,'대권수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망론'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 각료 '트로이카'는 정치권과 거리를 둔 '정중동(靜中動)' 행보 속에서도 직간접으로 자신만의 이미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 장관은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차기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그는 통일정책 수장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하는가 하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는 등 최근 들어 의욕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다. 1월 중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 참가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6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 "계급장을 떼고 논의하자"고 말한데 이어,국민연금의 '한국형 뉴딜' 동원을 정면 비판해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독자적인 '색깔내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이 총리는 노 대통령으로부터 일상적 국정운영의 권한을 부여받아 '실세총리'로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그는 '차떼기당' 발언으로 야당과 마찰을 일으키는 등 '소신총리'로서의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오는 4월 전당대회에서 자파 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워 '대리전'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의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총선 과정에서 이른바 '박풍(朴風)'을 일으키며 위기에 처한 당을 수렁에서 건져올려 당내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로 떠올랐다. 박 대표는 최근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당직자와 기자들을 자택으로 초청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청계천 복원과 교통체계 개편 등으로 '일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심은데 이어 행정수도 문제를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를 참배한 데 이어 전방부대 방문,주한미군 초청행사를 가졌다. 최근 기자간담회에선 "말단사원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성장한 경력이야말로 전문가적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손학규 경기도 지사는 외자유치 등 도정에 집중하며 '행정 능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서울에서 잇따라 강연회를 여는 등 '얼굴알리기'에도 적극적이다. 손 지사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우물안 개구리 시각'이라고 비판하고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변하지 않으면 집권을 할 수도 없다"고 비판하는 등 독자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군 외에 고건 전 국무총리도 잠재적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의 안정적 이미지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최근 "자신의 호를 '우민(又民·또다시 민초)'으로 정했다"는 이메일을 지인들에게 보내는 등 대권에 대한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