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일할 때다] <1> 정책혼선에 '할 일도 못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경제정책이란 없다. 과잉 아젠다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정책혼선이 잦아 정부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손상됐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장기 구상 위주의 위원회 체계를 실행 중심 체제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뒤 2년 가까이 흐른 시점에서 경제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는 인색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국정과제 위원회 난립으로 인한 아젠다 과잉,각종 경제 현안들을 둘러싼 부처간 또는 당(黨)ㆍ정(政)ㆍ청와대간 이견을 조율하는 리더십 부재였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비대해진 위원회 조직과 각종 아젠다들을 과감히 재조정하고 경제정책 결정의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젠다 과잉 없애야" 전문가들은 지난 한햇동안 상당수 경제정책들이 실패하게 된 원인을 대통령 직속 국정과제위원회에서 찾았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경영학)는 "정책의 방향을 정하는 권한은 위원회가 갖고 책임은 장·차관이 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위원회 체계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김 교수는 "위원회가 장기적인 아젠다를 개발하는 것은 좋지만 지금 정부는 '아젠다 과잉의 덫'에 빠져 있다"며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서 아젠다 구조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도 "장기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위원회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현재 위원회는 너무 많아서 비슷한 업무를 여러 군데서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국정 전반을 꿰는 청사진을 토대로 국정과제가 제시돼야 하는데 지금 위원회들은 합의된 목표도 없이 각개약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비판했다. 또 "예산지원 등 정책실현 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진표 바른사회를위한시민회의 정책실장은 "위원회는 장기 정책과제 개발이 주요 기능인 만큼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내년부터 정책실행 위주로 재편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책 리더십 회복해야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 리더십 부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유병삼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그동안 경제정책의 총괄 및 조정 권한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치 않아 보이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며 "이로 인해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혼선과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대통령은 경제정책에 관한 최종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명확히 하고 이에 상응하는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소장은 "경제정책의 혼선은 정책결정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경제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도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핵심층에서 특정 집단이 경제위기를 부추긴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면 아무리 유능한 사람을 경제부총리로 임명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지난 1년간 경제정책에 지나치게 정치적 고려가 많았다"며 "성장을 한다면서 분배를 얘기하고,개혁을 얘기하면서 기업활동하기 좋게 하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경제정책은 당장 인기를 잃더라도 일사불란하게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진표 실장은 "경제정책의 혼선을 막기 위해서는 경제수석 신설과 같은 제도적 보완도 중요하지만 일관된 정책 방향 설정과 정부·여당 내 공감대 확산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