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요리 맛짱 "내손안에 있소이닷…"


일식집의 대표요리는 사시미(회)와 스시(초밥).


그 맛은 주방장의 예리한 칼끝과 손끝에서 완성된다.
'스시 고수'들은 그래서 이름난 주방장을 따라 움직인다.



이들은 룸이 아닌 '스시다이'에 앉아 주방장에게 이런저런 요구하며 원하는 것을 골라먹는다.


고수들이 쫓아다니는 주방장이 있는 일식집을 소개한다.


◆에가와(02-512-8849)=청담동에 있는 사시미 전문집. 20년 경력의 최규호 주방장(40)이 있다.
최 주방장은 하얏트호텔과 여러 곳의 일식집에서 경험을 쌓았다.


한 번 다녀간 손님의 취향을 그대로 기억했다가 거기에 맞춰 요리를 해준다.


회는 흰살 생선부터 시작해야 하지만 처음부터 붉은 생선인 참치뱃살(도로)을 내놓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은 것부터 먹기를 원하기 때문"이란다.


지나치게 원칙을 고집하지 않고 손님의 취향변화에 따른 적응력이 탁월하다.


사시미 외에 조금씩 나오는 음식들이 기막히다.


복어사시미,꽁치 껍질 구이,참치 다진 것,멍게,간장게장,갓김치 마끼 등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참치를 다져서 와사비 소스 등에 버무려 나온 것을 김에 싸먹으면 별미다.


짜지 않고 적당히 간이 밴 간장게장만 먹으러 오는 사람도 있다.


3대진미라는 거위간(푸아그라)맛에 가장 가깝다는 아귀간도 있다.


아귀간을 사서 직접 쪄서 내놓은 정성이 고맙다.


운이 좋으면 막 쪄낸 것을 먹을 수 있다.


야채 살사소스를 얹은 가리비 등 퓨전쪽으로도 창의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만달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계속 준다.


저녁에는 1인당 10만원이지만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야마모도스시(02-548-2031)=청담동에 위치해 있다.


야마모토 가즈오씨(64)가 주방장 겸 사장이다.


일식경력이 35년을 넘는다.


롯데호텔에서도 15년을 근무했다.


단골손님은 대기업 총수들로 이집의 명성을 알게 해준다.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자살하기 전날 예약하려고 했다가 자리가 없어 못했다고 한다.


야마모토 사장은 상가를 찾아가 마지막 가는 길 식사를 대접못한 미안함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야마모토 사장은 다양한 스시를 창조해내는 기술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는 "회는 우선 모양이 먹음직스러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눈으로 먹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실제 맛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와 함께 놓는 야채의 색상이나 모양새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그는 특히 회를 가스불로 살짝 익히는 '야키스시'의 원조격이다.


비싼 도로를 익혀 먹는다는 게 사치스러워 보이지만 향미가 독특하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생선에 대한 지식이 한 가지로 수십 개의 스시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스시다이'에 앉아도 높은 칸막이 때문에 회 뜨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게 좀 아쉽다.


메뉴판이 따로 없다.


◆와라이(02-3448-5100)=이제 문을 연 지 한 달을 갓 넘긴 집이지만 압구정동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박지수 주방장(34)은 92년부터 신라호텔에서 일식에 대한 기초를 탄탄히 닦았다.


최상의 재료에다 연구노력하는 자세가 돋보인다.


투박하고 두툼한 손으로 정성들여 빚은 회는 혀를 부드럽게 자극한다.


박씨는 회를 권하면서 먹는 방법도 상세히 설명해준다.


특히 회를 소금에 찍어먹도록 한다.


"회가 바다에서 난 만큼 역시 바다에서 나는 소금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게 이유.소금에 찍어먹도록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만큼 회가 싱싱하다는 것을 자신하기 때문이란다.


스시는 따뜻한 밥을 사용한다.


예전에는 밥이 뜨거우면 회맛을 변질시킨다고 해서 찬 밥이 사용됐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찬 밥이 입속에서 이질적으로 느껴져 안 좋다며 따뜻한 밥으로 바뀌었다.


'야키스시'를 만들 때 숯불을 사용하는 점도 다른 곳과 다르다.


숯향을 맡으면 회는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먹는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룸 형태로 된 '스시다이'를 별도로 마련해놓고 있다.
예약을 안 하면 자리잡기 힘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