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일할 때다] <2> 전문가 "불협화음 줄여라" 한목소리

지난 한햇동안 노무현 정부가 굵직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혼선을 빚은 데에는 "분권형 국정운영 시스템"에 대한 지나친 집착도 한몫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행정부처 의견에 청와대 관계자가 딴지를 걸고,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와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민감한 사안을 놓고는 정부 부처끼리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 마찰음이 터져 나왔고,이로 인해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철학적 기반이 다른 집단들이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며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도 집권 초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만큼 모호한 논리나 명분보다는 현실인식에 바탕을 둔 과감한 정책집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나친 분권이 정책혼선 자초 전문가들은 정책결정 권한 분산이 현재 상황에서는 더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무역학)는 "뚜렷한 정책조정 기능이 없는 상태에서 여러 집단이 정책결정에 간여하면 불협화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토론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시각차가 큰 집단끼리의 토론은 또 다른 이견만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정부와 청와대 간에도 의견조율이 잘 되지 않는 마당에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이원화,삼원화돼 있는 시스템을 간소화해야만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생산적인 토론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상대방 의견은 무조건 틀렸다는 식의 흑백논리에 치우치는 바람에 사사건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부총리에게 힘을 싣는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비생산적인 논쟁은 사회혼란만 가중시켜 국력을 약화시키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이는 다시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경제는 심리전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정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으로 대표되는 청와대 내 분배중시론자들과 이헌재 부총리를 정점으로 한 경제관료 집단 간 의견차가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증폭시키는 주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기택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정책혼선이 불거질 때마다 원칙적으론 생각이 같다고 두 집단이 얼버무리지만 국민들은 그런 코멘트가 '대외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다"며 "정책 아이디어를 내는 쪽과 그걸 받아 실행하는 쪽이 서로 부딪치는 마당에 국민들이 어떻게 정책 일관성을 기대하겠느냐"고 말했다. 김광두 교수도 "행정 관료들이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 정책을 수행하다보니 버거울 수밖에 없다"며 "각종 위원회 조직이 행정부처를 보완하는 쪽으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드맵을 넘어서야 노무현 정부가 집권 초기에 장기목표를 너무 세세하고 선명하게 제시한 것도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혔다. 박원암 교수는 "정책결정 과정에 토론만 있고 실천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결국 로드맵 때문"이라며 "이젠 로드맵이라는 명분을 넘어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