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일할 때다] <3> 21C 대표적 창업가형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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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뒤를 잇는 '창업가형 경영자'로 누가 손꼽힐까.
전문가들은 "시대 상황이 바뀐 만큼 기업을 새로 일으킨 사람만 창업가형 경영자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리스크 회피에 급급한 '관리자형 경영자'와 달리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며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경영인도 이 시대의 창업가형 경영자로 부르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유형으로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대표적이다.
이 회장은 지난 93년 '신경영'을 선언한 이래 삼성을 아예 새로운 기업으로 재창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오히려 정면승부로 이를 돌파했다.
실제로 그는 환율 하락과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경쟁 격화 등으로 경영여건 악화가 불가피한 올해도 투자 규모를 작년에 비해 15.2%나 늘려잡았다.
"어려운 때일수록 투자를 늘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에 따른 것이다.
구본무 LG 회장도 공격적인 경영으로 LG를 세계적인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창업가형 경영자다.
95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그는 당시만 해도 '미개척지'였던 중국 인도 등지로 눈을 돌려 LG전자 등을 해당 지역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해외에서 LG를 '창업'한 셈이다.
정주영 회장을 쏙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창업가형 경영자다.
최근 비즈니스위크가 뽑은 '2004년 최고의 CEO'로 선정된 그는 품질경영과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토대로 현대를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올려세웠다.
최태원 SK㈜ 회장도 해외 유전 개발에 적극 나서는 등 기업 역량을 확장하는 데 열심이다.
이밖에 한국을 IT 강국으로 이끈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이해진 NHN 부사장,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등도 시대의 흐름을 꿰뚫은 21세기형 창업가로 손꼽힌다.
또 91년 10명의 동료와 함께 시작해 팬택계열을 국내 3대 휴대폰 제조업체로 일궈낸 박병엽 부회장이나 90년 5평짜리 창고에서 출발해 이레전자를 중견 디스플레이업체로 키운 정문식 사장도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이겨낸 창업가 대열에 오르기에 손색이 없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