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장 릴레이 기고-2005년의 과제] 스스로 돕는 개혁돼야

김정호 새해에는 우리 경제가 잘 됐으면 좋겠다. 2005년 연말에는 국민 모두가 지금보다 더 부자가 되고 더 큰 희망에 차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 스스로 신명을 내자.시장경제에서 번영의 비결은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더 낮은 원가에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래야 시장도 생기고 경제도 잘 되고 소득도 늘 수 있다. 그것은 스스로 해야 한다. 정부에 기대지 말라.스스로 기존의 생활방식을 혁파하고 더 부지런히,더 창의적으로 일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성장동력 산업을 찾지 못해 기업들이 투자를 못한다고 한다. 세상에 성장동력산업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오래된 산업이라 하더라도 기존의 생산자들보다 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높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성장동력산업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국민들이 각자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쳐주면 된다. 누구든 합법적으로 한 일은 처벌받지 않고 법을 어기면 처벌받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세워주면 된다. 그렇게 되면 경영자건 근로자건 모두 법 안에서 열심히 돈을 벌려고 노력할 것이다. 열심히 찾으면 살 길은 반드시 열린다. 정부가 돈을 풀어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그것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지원을 끊으면 당장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이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다. 하지만 그것은 마약처럼 한번 시작하면 벗어나기 어렵다. 아르헨티나는 생생한 증거다. 아르헨티나 국민들도 정부에 당장 경기를 살려내라고 아우성을 쳤고 당장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정부는 재정 적자와 발권력을 동원해 경기를 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따랐고 외환시장이 요동쳤다. 결국 모라토리엄까지 맞게 됐다. 우리의 뉴딜정책이라는 것도 그런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투자처든 일자리든 국민 각자가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정부는 과거 대처 총리가 그랬듯 국민들에게 정부에 대한 헛된 기대를 버리라고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국민들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새해에는 또 우리사회의 갈등이 현명하게 처리됐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과의 모듬살이는 갈등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그것을 평화적으로 해소하려면 법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 다른 사람의 불법 행동으로 피해를 봤다면 법원에 호소하라.그리고 법원의 법에 따른 판결을 존중하라.만약 그 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국회로 가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라.그래도 안되면 길거리가 아니라 헌법재판소로 가야 한다. 헌법상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어긋나는 법이라면 헌법재판소는 위헌판결을 내려줄 것이다. 피켓 들고,솥단지 들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보다는 좀 답답하지만 법이 정한 절차를 따르는 것이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더 낫다. 국민들이 길거리로 나올수록 우리의 대표자들은 더욱 이성을 잃어갈 뿐이다. 갈등의 원인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많은 갈등은 남의 것을 탐하기 때문에 생긴다. 진정한 개혁은 각자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도록 만드는 것이다. 남에게 기대어 살던 사람에게 젖줄을 끊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어야 한다. 가진 자의 것을 뺏는 것을 개혁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물론 기존의 부나 권력이 부당하게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그럴 때는 공소시효가 지난 것인지를 따져보라.시효 이내의 것이라면 법원으로 가라.그러나 시효를 넘긴 것이라면 기득권을 인정하고 역사의 심판에 맡기라.공소시효는 사회의 안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어느 시점까지 과거를 소급해 올라갈 것인가. 우리끼리의 소모적 싸움을 줄여야 한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도 만들어 내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