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박사급 낙하산은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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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 출범하는 통합거래소(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본부장 내정 인사를 둘러싸고 6일 여의도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실물경험이 없는 인물들이 내정자로 거명되자 유관단체는 물론 증권업계도 당혹감을 넘어 허탈감마저 느끼는 분위기다.
거래소시장을 책임질 우영호 유가증권시장본부장 내정자가 대표적인 예다.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실무경험이 전무하다는게 그 이유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 노조도 6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최소한의 자격요건도 갖추지 못한 증권연구원의 평연구위원이 지역 정치권의 개입을 기반으로 본부장에 선임되는 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주총 선임 원천봉쇄,통합추진작업 중단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씨는 부산 출신으로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재무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물론 노조의 주장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통합거래소 체제 아래에서 현재의 거래소 이사장과 맞먹는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청와대와 코드가 맞는 미국 박사란 이유로 이를 맡기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강하다.
선물거래소와 코스닥위원회 통합노조인 증권선물거래소 노동조합도 이날 선물시장본부장에 내정된 옥치장 전증권거래소 고문이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인선 결과는 통합거래소추진위원회(위원장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가 밝힌 '전문성 인사 위주의 본부장 선임'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사실 본부장의 기준과 자격에 대한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통합거래소 인사는 이미 이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본부장까지 정부가 관여해 낙하산식으로 인사를 해선 곤란하다.
선임 기준을 구체화해 공개하고,진정한 전문가를 뽑는 게 통합거래소의 앞날은 물론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증권거래소에 실질적으로 자금을 대는 증권업계에서 이사장과 본부장을 맡는 시대가 와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
강현철 증권부 기자 hckang@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