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얼음의 예술...하얀 감동 .. '홋카이도 눈축제'


얼핏보면 모두가 똑같다.


대칭을 이룬 정육각형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똑같은 것을 골라내 짝지을 수 없다.


하나하나 얼마나 다른 지 수천 수만의 예술가가 각기 개성을 살려 만든 예술작품 같다.


한겨울이면 기다려지는 눈송이 얘기다.
옛 과학자들이 그 균형미와 정교함에 놀라 영혼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까지 생각했던 눈송이의 신비는 지금 이순간 하늘 높은 곳 구름속에서 잉태되고 있다.


하늘을 떠다니던 아주 작은 수증기가 단단히 얼어 눈결정이 만들어지고,이 눈결정에 주변 수증기가 응축돼 붙으면서 '순간의 예술'이 탄생되는 것.


서울의 하늘 위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일년 중 제일 추운 날이라는 소한을 지나 대한이 코앞인데도 눈은 감감무소식이다.


겨울이면 온통 눈밭으로 변하는 일본 홋카이도로 향해보자.


때마침 2월초부터 다양한 눈축제가 열려 눈의 아름다움과 함께 남다른 겨울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홋카이도의 겨울을 상징하는 것은 삿포로 눈축제.


브라질의 리우카니발,독일 뮌헨의 옥토버 페스트와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히는 초대형 겨울축제다.


56회째를 맞는 올해 행사는 2월5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축제의 장은 삿포로에서 제일 번화한 오도리공원,서울의 명동거리격인 스스키노,자위대 주둔지인 마코마나이 등지.


길이 1.5㎞,최대 폭 1백m의 오도리공원이 주행사장이다.


올 축제의 캐릭터인 '눈사람 가족'이 반갑게 마중한다.


전국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꿈의 성'이 투명한 얼음조각으로 형상화된다.


미키와 미니마우스가 용을 타고 시공을 넘나들며 약동하는 아시아를 둘러보는 눈조각,환경문제를 중시해 만든 '지구로부터의 선물',그리고 독일 라이프치히 구시청사 눈조각 등이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스키노거리에는 크고 작은 얼음작품을 선별해 놓는다.


홋카이도 특산 어류 등을 넣고 얼려 만든 작품이 저녁 조명을 받아 신비스런 분위기를 연출한다.


홋카이도청 구청사에도 사람이 몰린다.


기마경찰과 기념사진 한컷을 남길 수 있다.


삿포로에서 멀지 않은 오타루에서도 같은 기간 눈축제가 열린다.


오타루는 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 초까지 항구도시로 번성했던 곳.당시 은행과 창고건물로 지어졌던 중후한 석조건물들이 운하를 따라 늘어서 있다.


오타루 눈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오타루 운하의 촛불등 놓기.어둠이 내린 운하에 떠 발갛게 빛을 내는 촛불등이 하얀 눈과 어울려 꿈 속같은 분위기를 선사한다.


국내에서도 개봉됐던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라는 점도 낭만을 더한다.


홋카이도 중부지방의 관문인 아사히카와에서도 2월9∼13일 초대형 겨울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46회째인 아사히카와 겨울축제는 특히 세계에서 제일 큰 눈조각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1947년 지역주민들이 겨울을 즐기기 위해 시작한 '곰축제'가 발전해 지금은 삿포로 눈축제에 못지 않은 겨울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최고 볼거리는 역시 이 축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눈조각상.


단 하나의 뼈대도 세우지 않고 눈만으로만 만든 이 설상은 8층 건물에 맞먹은 크기를 자랑한다.


세계 각국의 얼음조각가가 실력을 겨루는 얼음조각대회도 예정되어 있다.


축제기간 중 '눈의 마을'도 개장,눈과 얼음 위에서 즐길수 있는 각종 겨울 레포츠를 만끽할 수 있다.


아사히카와 북쪽에 있는 소운쿄에서는 29일부터 3월 말까지 제30회 얼음폭포축제가 개최된다.


소운쿄는 24㎞의 깊은 협곡 내에 위치한 온천과 등산 명소.


끌어올린 강물을 1∼2개월 동안 천천히 얼려 만든 얼음조형물들이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특히 해가 진 뒤 조명이 들어오면 낮과는 사뭇 다른 로맨틱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소운쿄협곡에서의 아이스등반대회 등 이벤트도 많이 준비되어 있다.


홋카이도 동북부 아바시리와 몬베츠도 얼음축제 한마당을 펼친다.


2월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열리지만 다른 지역의 얼음축제와 달리 유빙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게 특징.
아바시리와 몬베츠 앞바다는 축제기간을 전후해 시베리아에서 흘러온 유빙으로 가득차는 데 쇄빙선을 타고 이 유빙을 깨뜨리며 항해할 수 있어 남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