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후판값 오르면 돈 더 받는다"

대우조선해양이 선박건조 기간 중 원자재값 상승과 환율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받는 '에스컬레이션(Escalation)' 방식의 수주계약을 조선업계 처음으로 맺기로 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세계 오일 메이저 중 한 업체와 이달 중 최종 계약할 예정인 10억달러 규모의 부유식 해양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수주협상 과정에서 이같은 계약방식을 적용키로 하는데 성공했다.
선박건조 수주계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건조기간 동안 조선용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일정한 시점에 선주사로부터 손실분을 정산받기로 한 것.


1백% 손실보전은 아니나 선주사가 최대 3천만달러 정도 수주가격을 올려준다는 조건을 달아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선박건조에 연간 70만∼80만t의 후판을 쓰는 대우조선으로서는 후판가격이 10만원 오를 때마다 추가 부담해야 할 7백억∼8백억원과 달러당 원화환율 10원 하락당 80억원을 떠안아야 할 환차손을 일부나마 보전할 수 있게 된 셈.


이같은 계약방식은 국내 공공 공사 계약과 비슷하다.


현재 조달청,지방자치단체,정부투자기관 등은 발주 계약시점에서부터 60일이 지난 시점에 애초 계약단가보다 인건비 및 재료비가 5% 이상 오르면 계약내용을 변경(에스컬레이션)해주고 있다.
수주 업체에 적정이윤을 보장해줘 공사와 기자재의 품질을 확보하는 식이다.


조선업계는 그동안 원자재 가격상승,환율하락 등의 악재를 만나도 해외 선주사와의 당초 수주가격 계약내용을 바꿀 수 없어 고스란히 손실분을 떠안아야 했다.


향후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움직임의 예측치를 적당히 감안한 가격으로 계약하는 정도여서 그만큼 불확실성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건조 과정 중 선주가 애초에 계약한 것보다 좋은 사양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경우 수주계약 내용을 바꿔주고 있으나 원자재 가격상승이나 환율하락을 이유로 수주 계약금액을 변경해 준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대우조선의 사례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