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SCB에 매각될듯..HSBC, 환율에 발목 잡혔나

제일은행 인수 경쟁에서 SCB(스탠다드차타드은행)가 HSBC(홍콩상하이은행)를 제치고 최후의 승자가 될 전망이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릿지캐피탈은 최근 SCB와 제일은행 주식 매각협상을 사실상 타결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대상 지분은 뉴브릿지가 갖고 있는 49%와 예금보험공사,재정경제부가 보유하고 있는 51%를 합쳐 1백%(2억5백92만주)다. 매각가격은 주당 1만7천원 안팎으로 매각대금 총액은 3조5천억원 가량이다. 뉴브릿지와 SCB는 이르면 이번주 초 이같은 합의내용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SCB보다 유력한 인수후보였던 HSBC는 지난달 24일로 예정했던 인수 발표가 무산된 이후 뉴브릿지와의 협상을 중단한 상태다. 당시 서울에 상주했던 HSBC 홍콩직원들은 이 때를 전후해 일제히 철수했으며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뉴브릿지측과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HSBC가 막판에 SCB와의 경쟁에서 뒤진 데에는 예상치 못했던 원화 절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설이 유력하다. 금융계 관계자는 "작년 11월 원·달러 환율이 10% 이상 급락하는 바람에 그 이전의 환율을 기준으로 세워졌던 HSBC의 인수자금 조달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뒤늦게 인수전에 뛰어든 SCB는 이런 환율변동의 영향을 덜 받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CB가 실제로 제일은행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는 관심을 갖고 지켜볼 대목이라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SCB의 총자산은 1천2백억달러 가량으로 국내 2위인 우리은행보다 규모가 작다. 제일은행(47조원)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전체 자산의 30% 이상이 한국에 집중돼 씨티,HSBC 등 세계수준 은행들이 채택하고 있는 '국가별 분산전략'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또 인수대금 조달이나 가격의 적정성 등에 대해 주주들로부터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 6일 런던증시에서는 SCB가 HSBC와의 제일은행 인수경쟁에서 이겼다는 소문이 돌면서 SCB 주가가 하락했다. SCB는 영국 런던에 본점을 두고 있는 영국계 은행으로 전세계 50여개국에 5백여개 지점을 갖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