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캠퍼스 특강]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충북대학교 강연


"경제문제를 단순하게 보면 안됩니다.경기싸이클이 바뀌면 다시 살아난다거나 정부가 정책을 잘 펴면 곧 좋아지는 것 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외환위기까지 불러일으켰던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들이 겹겹이 싸이고 이것이 곪아 현재의 경제를 어렵게 한 것인 만큼 모든 주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지난 7일 충북대에서 학생들과 교수진 등 임직원을 대상으로 '우리 경제,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특강을 벌였다.
이 날 박 회장은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는 경제문제를 풀 수 없다"며 "모든 기업 정부 노조 등 경제 주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는 것이 경제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강의의 요약이다.


◆헷갈리는 경제지표들=정부에서 발표하는 지표들을 보면 우리 경제가 위기인지 아닌지 헷갈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일단 대기업들이 내고 있는 성과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조선분야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이며 휴대폰 철강 자동차 업체들도 세계 5위권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몇몇 기업들이 일궈낸 성과로 환경이 달라지면 언제든지 상황이 바뀔 수 있는 것들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의 토양인 중소기업과 내수산업이 몰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1년 9 대 1이던 내수와 수출의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2003년 1 대 9로 역전됐다.


이윤도 몇몇 대기업들만이 창출하고 있다.
올해 5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상장제조업체의 54%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며 영업이익률도 대기업은 8.2%에 달하는 데 반해 중소기업은 4.6%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나마 중소기업들이 이 정도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것은 설비투자를 줄였기 때문이다.


내수산업이 완전히 붕괴된 이유는 극빈층부터 부유층까지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는 차치하더라도 중산층은 과다한 주거비와 사교육비를 감당하느라 소비의 여력이 없고 고소득층은 부에 대한 사회적 지탄 때문에 저축만 늘렸다.


여기에 고유가 기조,금속 등 원자재 가격의 폭등,달러 약세 등이 겹쳐 몇몇 수출 대기업의 활약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상태다.


◆경제 주체는 기본 역할에 충실해야=경제를 되돌리려면 모든 경제 주체들이 나름의 구조조정을 하는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변해야 하는 곳이 노조다.


노조의 조직률은 98년 12.6%를 기점으로 점점 줄어들어 2003년에는 11%까지 떨어졌다.


그런데도 98년 1백29개에 불과했던 노사분규 발생 사업장 수는 올해 4백62개까지 늘었다.


노조가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노동환경은 빠르게 개선됐다.


98년에서 2002년까지 한국 근로자의 임금은 48.5% 뛰었다.


같은 시기 일본 근로자의 임금은 오히려 1.5%나 줄었다.


이제 노조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만큼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때다.


정부도 변해야 한다.


기업에 힘을 실어줘도 모자랄 판이지만 경제활동과 관련된 규제는 늘고 있다.


지난 99년 2천8백73건이었던 경제활동 규제건수는 올해 3천3백44건까지 늘었다.


의료 교육 관광 등 서비스 산업에 대한 과잉보호도 풀어야 한다.


이 때문에 관련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고 국민들은 학업과 진료 서비스를 외국에서 해결하려 한다.


기업도 반성해야 할 측면이 많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기술력을 축적하며 한국을 따라잡고 있지만 기술개발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


2002년 기준으로 한국은 1백44억달러를 기술개발에 투자했지만 같은 시기 미국은 2천9백28억달러,일본은 1천2백79억달러를 투자했다.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기술에서 밀린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경영의 투명성도 지금보다 한 단계 높여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도 잘하는 기업에는 박수를 쳐줘야 한다.
국민이 기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정부는 이를 빌미로 시장에 과다하게 개입하고 이는 다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