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7] SCB, 제일은행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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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국계 스탠다드 차타드 뱅크(SCB)가 제일은행을 인수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시티은행이 출범한지 불과 2개월만에 또 다른 글로벌 플레이어가 국내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가 있겠는데요.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1]
먼저 제일은행 인수조건과 이와 관련된 사항들부터 점검해볼까요?
기자1]
SCB는 어제 저녁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협상에 매우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경쟁자인 HSBC가 제일은행 대주주였던 뉴브릿지 캐피털이 제시한 가격이 부담스럽다면서 한발짝 물러선 것과는 대조를 이루는 대목입니다.
CG1)
-지분 100%, 총 33억달러
-주당 1만6,511원(장부가 1.87배)
-20억달러 신주발행+13억달러 자체자금
-늦어도 4월말경 인수완료
SCB는 제일은행의 뉴브릿지 캐피탈 지분과 함께 예금보험공사, 재정경제부가 보유한 지분 100%를 미화 33억달러에 인수합니다.
주당 1만6,511원으로 환산이 되구요. 이 가격은 지난 연말 현재 제일은행 장부가격의 1.87배로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할 당시 적용되었던 장부가 대비 1.5배 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라서 외국인의 단일 투자규모라는 사상 최대를 경신하게 됩니다.
또 이번 매각절차는 앞으로 최소한 6~12주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빠르면 2월말, 늦어도 4월말까지는 완료될 전망입니다.
질문2]
앞서 대주주인 뉴브릿지와 예보,재경부가 모두 지분을 매각하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각자의 손익은 어떻게 됩니까? 예보나 재경부는 공적자금 회수를 얼마나 하게 되는지도 궁금하군요.
기자2]
뉴브릿지는 대박을 터뜨리면서 또 다시 프라이빗 에쿼티 펀드(PEF)의 높은 수익률을 다시 한 번 자랑하게 되었습니다.
(CG2)
[뉴브릿지]
2000년 => 2005년
5천억원 1.15조원
[예보,재경부]
1998년 => 2005년
17.6조원 12.3조원
뉴브릿지는 지난 1999년 정부,예보와 지분참여에 합의하고 2000년 1월에 5천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정확히 5년만에 그 2배가 넘는 1조1500억원을 차익을 거뒀으니까 연평균수익률로만 단순히 계산해도 40%가 넘는 대박투자였습니다.
정부는 지난 외환위기 직후 제일은행을 살리기 위해서 공적자금을 투입한 이래 총 17조6천억원의 천문학적 자금을 퍼부었습니다.
뉴브릿지가 경영권을 행사한 이후에 꾸준히 공적자금을 회수했지만 이번 매각분까지 포함시켜도 5조3천억원은 회수가 불가능합니다. 회수율은 대략 70%정도라고 보면 되겠지만 뉴브릿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질문3]
정부가 수업료 치고는 너무 많은 돈을 낸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을 지울수가 없군요. 이번 매각과 관련해서 남은 이슈로는 어떤것들이 있을까요?
기자3]
2~3가지로 요약됩니다.
CG3)
-은행 브랜드명
-제일은행 상장폐지 여부
-노조의 협력여부
먼저 은행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가 관심사입니다. 씨티그룹은 한미은행을 인수한 다음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씨티은행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SCB는 국내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당분간 제일은행을 그대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 SCB는 아시아 어디에서도 다른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처음부터 SCB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는 제일은행 상장폐지 문제입니다. 상장은 되어있지만 거래가 되지 않는 제일은행 주식을 SCB는 장기적으로는 상장폐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이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SCB가 설명했습니다만, SCB 주식이 이미 런던과 홍콩시장에 상장되어 있는만큼 서울에서까지 상장할 유지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세번째는 노조의 협력문제입니다. 노조는 뉴브릿지가 지분매각을 추진하면서 이해관계자로서 협상참여를 주장해왔지만 번번히 거부당했습니다.
제일은행이 외환위기와 뉴브릿지 인수 직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SCB가 조직슬림화를 원한다면 노조와의 마찰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질문4]
마지막으로 해외 금융자본의 한국시장 진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은행간 전쟁이 한층 불붙을 것 같은데요. SCB는 어떤 영향이 예상됩니까?
기자4]
이와 관련해서 SCB 아시아 총괄대표인 카이 나고왈라씨가 의미심장한 언급을 했습니다.
"오래된 것(은행)이 큰 것(은행) 보다 좋다."는 말이었습니다.
즉, SCB는 총자산이 국내 우리은행 수준에 불과합니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가 산재한 아시아,중동,아프리카에서 500여개의 지점을 운영해와서 틈새시장에 매우 강합니다.
또 진출해 있는 국가에서는 소매금융부분에서 모두 1,2위를 다툴 정도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씨티그룹, HSBC, BOA, JP모건체이스 처럼 막대한 자본과 규모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아시아 각국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이들이 접근하기 힘든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입니다.
SCB는 개인신용대출, 신용카드, 모기지론 같은 소매금융과 더불어서 중소기업(SME)금융, 프라이빗뱅크(PB), 웰스매니지먼트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국내 은행들은 이래저래 버거운 상대들과 일전을 피하기 힘들 전망입니다.
최진욱기자 jwcho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