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소설로 배우는 영어 '껌 같은 영단어' 출간

공부는 못하지만 영화 속 사건이나 등장인물 이름은 기가 막히게 외우는 사람이 있다. 영어단어는 기를 쓰고 외워도 안외워지는데 영화나 소설은 왜 신경을 안써도 자동적으로 기억되는가?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고 자꾸 반복이 되기 때문에 알아서 머리 속에서 연상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발상에 착안해 단어를 외우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제목은 껌 같은 영단어(저자 권민수, 출판사 윈글리쉬닷컴) 읽다보면 단어가 껌처럼 착 달라붙어 외워진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신문기자 출신인 저자가 제시하는 영단어 암기의 새 비법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생뚱맞게도 '판타지 소설'.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의 등장인물이나 명칭들이 실제 관련된 뜻을 지닌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독자들이 보다 쉽게 그 단어를 기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이 '기침하다' 또는 '다중인격' 같은 뜻을 지니고 있었다면 사람들은 아마 평생동안 그 단어 뜻을 잊지않지 않을까 하는 얘기이다. 골룸의 기침하는 소리나 두 인격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머리에 생생히 떠오르기 때문이다. '껌 같은 영단어'는 판타지 소설이다. 우유부단한 성격의 주인공 베실레이트(vacillate : 흔들리다. 우유부단하다)가 형제가 많은 그레고리(Gregory : 자식 많은 집 아이)와 함께 겪는 모험, 그리고 미디계 전체에 닥쳐오는 악의 무리의 음모 등이 소설의 주된 스토리이다. 책을 읽다보면 소설 '반지의 제왕'이나 만화 '20세기 소년' 등에서 차용한 에피소드들이 많이 보인다. 소설 자체의 완성도야 이런 작품들만큼은 안되겠지만 그래도 꽤나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저자의 말대로 소설속에 나오는 단어들의 뜻이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다는 것이다. 전쟁을 좋아하는 벨리왕(belli : 전쟁), 그를 부추기는 어벳(abet : 부추기다), 예언자 프리딕트(predict : 예언하다), 전령 헤럴드(herald : 알리다) 등은 그냥 소설을 읽기만 했는데도 머리속에 남아있는 단어들이다. 이외에도 정말 많은 단어들이 머리속에 남는다. 재미있게 소설을 읽어내려간 것 외에는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소설을 통해 익힌다고 애들이나 보는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책에 수록된 단어들은 Vocabilary 22000 수준으로 토익, 토플 등 어학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보기만 해도 머리 아픈 그 단어들을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면 꽤나 솔깃한 얘기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읽고나서 단어들을 따로 심층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별책 word extention도 제공된다. word extention에서는 어원을 기반으로 연상을 확장해가며 단어를 암기하는 방법이 제시된다. 예를 들어 ject(던지다)라는 어원을 배우면 object, subject, reject등 관련된 단어들이 어떻게 그런 뜻은 지니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면서 단어를 외울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판타지소설 + 어원학습서'라 정의내리면 되겠다. 공부와 재미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산업이 날로 각광받는 가운데, 앞으로 이 책이 영어공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한경닷컴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