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2050' 시대의 자기경영

경영을 잘해야 살아남는 시대다. 회사가 실적이 좋지 않으면 모두들 사장이 경영 마인드가 없어서 그렇다고 불만을 쏟는다. 기관이나 단체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엉망으로 돌아가면 리더의 경영 능력이 도마에 오른다. 장관,심지어 대통령도 경영을 잘해야 한다는 과제를 비껴가지 못한다. 묘하게도 이렇게 경영 마인드나 능력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조차 자기 자신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는 별 문제의식이 없어 보인다. 아마 경영을 규모와 인력이 있는 회사나 기관의 일 정도로만 여기는 모양이다. 그러나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활동'이 경영인 만큼 개인들도 스스로의 인생을 제대로 경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인생의 정점에서 과거의 실수들로 낙마하는 유력 인사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요즘에는 자기경영이야말로 모든 경영의 출발점이라고 하겠다. 법인과 평균수명을 비교해보면 자기경영의 중요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기업의 평균수명은 여러 통계가 있지만 맥킨지 자료에 따르면 최근 평균 15년 정도로 줄었다. 이에 비교해 개인들이 평생 근로해야 하는 기간은 오히려 50년 가까이로 늘었다. 200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의 주된 직장에서 물러나는 평균 나이는 54.1세,근로시장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시기는 68.1세다.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개인들은 20대부터 일을 시작해 50년을 계속해야 하는 '2050'시대를 살게 된다. 50년 동안 즐겁게 일하느냐 아니면 고통스럽게 보내느냐는 이제 개인의 경영 마인드와 능력에 달려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기 경영 계획을 세울 것인가. 연구가 많이 된 기업 경영방식을 원용하면 된다. 무엇보다 비전이 중요하다. 최종 목표인 비전이 있어야 중간 과제가 도출되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도 가려진다. 비전 설정 작업이 막연해보이면 피터 드러커의 조언을 떠올리면 좋다. 그는 "인생을 마칠 때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를 자주 물으면 비전이 분명해진다고 강조했다. 50년을 계속 일해야 하는 만큼 개인의 비즈니스모델도 시대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파트너''고객''단골'을 계속 만들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바탕을 둔 것이면 더욱 좋다. 자신이 하는 일을 가공해 새로운 가치를 가진 비즈니스로 만드는 작업이 안전하기도 하고 수익도 높다. 그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의 키워드인 원소스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다.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브랜드다. 브랜드가 없으면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일을 아무리 잘해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으면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브랜드는 절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파워포인트를 잘하는 사람,말주변 뛰어난 영업통,사흘을 새도 끄떡없는 기획자 등이 모두 브랜드다. 남에게 한번에 그리고 오래 기억될 수 있는 단일한 이미지를 갖추어 놓아야 쉰살이 돼도 '재취업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데 무슨 50년 경영계획이냐고 말하지 말라.외적,내적 변수가 많은 기업 경영에 비해 자기경영은 작은 프로젝트에 불과하다. 다국적 기업이 된 일본의 마쓰시타가 지난 1932년 발표한 장기 비전은 자그마치 2백50년짜리였다. 직장이 없다고 낙심할 일도,조급할 일도 아니다. 50년짜리 승부면 역전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계절도 마침 자신만의 경영계획으로 미래를 도모하기에 좋은 겨울이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