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동반성장'의 미묘한 뉘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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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暢賢
금번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크게 동반성장과 선진한국 건설이라는 두 개의 중요한 목표가 제시되면서 새해 국정운영의 밑그림이 밝혀졌다.
다음 정부에 선진국의 열쇠를 넘겨주겠다는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지식서비스산업의 육성방침이나 교육 및 의료 분야의 전략산업화도 의미 있는 지적이다.
그 외에도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장소 시기 주제를 불문하고 만날 용의가 있지만 너무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방침이 천명되었고,국가보안법이나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원칙은 변함이 없지만 국회 내에서의 논의를 강조하는 언급이 있었다.
성장과 분배 중 어느 쪽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러분은 어느 쪽이냐,제가 오히려 물어보고 싶다"는 표현으로 두 마리 토끼 중 한 마리를 잡는다는 식의 양자택일식 선택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대체로 흐름은 무난했지만 전반적으로 커다란 그림만이 제시되었을 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제시는 미흡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기업투자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기업의 발목을 죄는 규제에 대한 완화문제나 지나친 강성노조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이 없었다.
또한 영세민대책,대학교육 혁신,중소기업 육성 등 주요과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정부가 너무 앞서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낳게 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될 만하다.
지금 세계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요한 흐름은 크게 세계화와 양극화로 요약된다.
그런데 세계화는 필연적으로 국가간 양극화의 흐름을 내포하고 있다.
개방과 경쟁을 추구하다 보면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게임이 벌어지게 되고 결국 경쟁에서 패한 국가는 빈곤에 허덕이고 반대로 승리한 국가는 많은 부를 거머쥐면서 우월한 지위를 누리게 된다.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천달러 정도지만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대략 6천억달러로서 세계 2백여개 국가 중 11위 정도에 해당한다.
GDP가 1조달러를 넘는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중국 이탈리아 등 7개 정도다.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해 GDP 1조달러의 벽을 뚫게 되면 우리는 스페인 호주 캐나다를 제치고 8위권 정도의 선진국으로 부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내수 중심으로는 선진국에 진입하기 어렵다고 볼 때 결국 극심한 경쟁이 펼쳐지는 정글 같은 세계경제 내에서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주체는 우리의 기업들이다.
기업들의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발전을 통한 국제시장 내 경쟁에서의 승리가 선진국 진입의 열쇠인 것이다.
문제는 선진경제 진입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업들을 마음껏 뛰도록 독려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국가 내 양극화 문제가 대두된다는 것이다.
기업간 혹은 산업간 그리고 어느 기업이나 산업에 종사하느냐에 따른 근로자간 양극화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금번 기자회견에서 제시된 동반성장이라는 목표에는 '동반'이라는 단어가 '성장' 앞에 붙여져 있다.
이 '동반'이라는 단어는 상당히 미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혹시 이러한 목표가 잘 나가는 기업 혹은 산업의 발전 속도를 조절하면서 어려운 기업 혹은 산업을 지원하는 하향 평준화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잘하고 있는 기업과 산업은 기를 더욱 북돋워 더 잘할 수 있도록 독려하면서 어려운 분야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통해 상생의 원리에 입각해 양극화문제가 해소돼야 한다.
동반성장에서 '동반'에 역점을 두면서 격차만 줄이는 식의 하향평준화적 정책을 쓰게 된다면 기업경쟁력이 훼손되고 결국 선진경제 진입의 원동력을 제공할 역군들의 기를 꺾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금번 기자회견에서 제시된 선진경제 진입과 '동반'성장이라는 두 개의 목표가 가진 미묘한 갈등의 소지가 슬기롭게 극복되면서 기업들을 옥죄는 여러 가지 제약요소가 해소돼 우리 경제가 선진경제 진입의 계기를 마련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