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전경련 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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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이 13일 이건희 삼성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키로 결의함에 따라 이 회장의 수락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0년 이후 전경련 정기총회 때마다 가장 유력한 회장으로 거론돼 왔으나 회장단의 공식 추대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경련은 내수침체 장기화와 수출증가세 둔화 등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1위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 회장을 옹립해 재계의 결집력을 회복하겠다는 생각이다.
전경련은 구본무 LG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도 다각도로 접촉해봤지만 본인들이 워낙 강하게 고사해 뜻을 접었다.
문제는 이 회장도 수락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이 밝혔듯 이 회장 스스로 거대 기업 삼성의 회장직과 전경련 회장직을 병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경련 회장직은 크고 작은 경제계의 현안을 챙겨야 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경제외교를 거들고 온갖 행사에도 일일이 참석해야 하는 바쁜 자리다.
하지만 이 회장으로서도 전경련 회장단이 만장일치로 자신을 공식 추대키로 한 데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이날 삼성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아직까지 이 회장의 의중을 공식적으로 타진해본 일이 없고 그동안 알려진 삼성의 입장은 이 회장을 모시는 분들의 견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이 회장의 최종 결단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 전경련과 삼성 측의 줄다리기 끝에 경제계의 간곡한 요청을 이 회장이 전격 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전경련은 이 회장의 바쁜 일정을 감안해 대외 업무를 전담하는 수석 부회장직을 신설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어쨌든 이날 회장단의 결의로 '공'은 삼성으로 넘어갔다.
이 회장이 끝내 회장직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삼성은 '확실한 다른 대안'을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조일훈·장경영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