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연수 '지옥의 레이스'..대기업 혹독한 '내사람 만들기'

치열한 입사 경쟁을 뚫은 대기업 신입사원들은 합격의 기쁨을 맛볼 새도 없다. 회사 강당이나 연수원에 앉아 차분한 교육을 받겠거니 했지만 실제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영화 "실미도"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강도높은 스파르타식 교육이다. 1백40km 강행군이 교육과정에 포함되는가 하면 하루 반나절을 한 잠도 자지 않은 채 산악극기 훈련을 받아야 한다. 8시간이나 춤을 춰야하는 기가 막히는 교육과정도 버티고 있다. 낯선 중국 땅에 뛰어들어 시장 조사를 하는 것은 그렇다고 해도 그 결과를 영어나 중국어로 프리젠테이션해야 하니 "신입사원도 못해먹겠다"는 얘기가 절로 나올 판이다. ◆한계에 도전하라 한화그룹 신입사원들은 요즘 걱정이 많다. 오는 26일 시작하는 '1백40km 지옥행군' 때문이다. ㈜한화 인천공장을 출발,안산~시흥~화성을 거쳐 평택을 돌아 용인 한화콘도까지 1백40km를 3박4일만에 주파해야 한다. 여성이라고 봐주는 것은 없다. LG유통 신입사원 22명은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연수기간 중 경기도 소요산에서 산악극기 훈련을 받는다. 36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않은 채 40Km의 행군도 곁들여진다. 여성도 2명 포함돼 있지만 회사는 걱정하는 기색이 없다. 지난해 문경새재에서 가진 한계돌파 훈련 때는 여성 신입사원들이 탈진한 남자 사원들을 둘러메고 뛸 정도였다고 하니 말이다. 팬택계열 신입사원 1백10명도 지난 12일 저녁 6시부터 이튿날 아침 10시까지 경기도 유명산을 밤새 등반했다. 효성 신입사원 1백20명도 지난 13일 조별로 산행을 하면서 퍼즐게임 국궁 시테크훈련(일정시간 내에 과제달성) 등 주어진 과제를 수행했다. ◆개인주의 혁파하라 지난 3일 연수에 들어간 금호아시아나그룹 신입사원 1백41명은 오는 27일 모두 '배우'가 된다. 연수기간 느낀 점과 포부를 드라마 연극 코미디 뮤지컬 등의 형식을 빌어 발표하는 것.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한 울타리에 들어온 만큼 서로에 대한 친밀도를 높여 하나로 묶일 수 있도록 이같은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도 매년 신입사원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평가하기 위해 회사의 역사와 창업자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팀별로 극화해서 발표하는 연극제를 열고 있다. ◆시장이자 경쟁자…중국을 알라 국내외 현장 조사활동에 이은 보고서 발표는 신입사원 교육의 하이라이트다. KOTRA는 오는 23일부터 1주일간 신입사원 40명을 베이징과 상하이로 보낸다. 중국어 전공자는 5명을 팀장으로 8명씩 조를 이뤄 중국의 전자산업 현황,한국제품 유통현황 등을 조사한 뒤 그 결과를 본사 경영진 앞에서 발표하게 된다. 삼성물산 신입사원 50명도 국내 연수가 끝나는 4월께 중국에 1주일간 파견돼 신규사업 진출 방안에 대한 조사 활동을 벌인다. 신입사원들은 조별(4∼5명)로 사업 계획서를 제출한 뒤 현지에서 발로 뛰며 조사한 결과를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로 프리젠테이션해야 한다. ◆이웃 속으로 사회봉사활동은 신입사원 교육의 기본 일정이 됐다. 작년말 신입사원 76명을 뽑은 현대모비스는 새해 첫날 경기도 광주의 장애아동복지시설인 향림원을 찾아 청소 설거지 식사보조 등 봉사 활동을 펼쳤다. 포스코도 신입사원 교육과정에 결식 아동지원 등 사회봉사활동 프로그램을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