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세계 자원전쟁] <10> 해외자원개발 '새얼굴'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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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안되겠네요. 한 분은 먼저 내려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페루 리마에서 남동쪽으로 4백km 떨어진 나즈카 지역.산길을 오르던 대한광업진흥공사 김준호 해외조사부장에게 현지 인디오 가이드는 하산을 권유했다.
같이 동행했던 광업진흥공사 직원 한 명이 구토증세를 보이며 탈진 상태에 빠졌기 때문.김 부장 일행은 동(銅)광산을 개발하기 위해 해발 4천4백m 안데스산맥 일대에서 현지조사작업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해발 3천m를 오르면서부터 속이 메스꺼웠지만 김 부장 일행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4천m 지역에서 사진촬영을 시작하자마자 한 직원이 현기증을 호소하며 주저앉아버린 것.고산병의 전형적인 증세였다.
김 부장은 결국 인디오 가이드와 함께 직원을 내려보낸 뒤 혼자 사진촬영과 지질검사를 진행해야 했다.
김 부장의 발걸음은 아주 무거워져 1백m 오르는 데 무려 40분이 걸렸다.
당초 예정했던 조사작업을 제대로 마치지도 못한 채 김 부장은 날이 컴컴해진 다음에야 해발 2천5백m에 위치한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준비해간 산소를 밤새 들이마셔야 했습니다."(김준호 부장)
광진공이 고산병을 무릅쓰고 안데스산맥 일대를 뒤진 것은 이곳이 비교적 수월하게 동광 개발이 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광물자원 도입선 다변화 차원에서 남미 진출을 적극 추진하던 광진공 입장에서는 한껏 몸값을 올리려는 칠레보다는 외국인 투자 유치에 보다 적극적인 페루가 더 진출하기 쉽다고 판단했다.
지난 한 해 탐사와 협의를 거듭한 덕분에 광진공과 LG니꼬동제련은 캐나다 샤리오사와 함께 페루 마르코나 광구 2개를 확보했다.
이들 광구는 영국 리오틴토와 쇼강사가 보유하던 광구로 고품위 구리가 2억1천8백만t 정도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분율을 감안하면 광진공과 LG니꼬동제련은 6천5백만t의 구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장병두 광진공 해외자원본부장은 "페루 동광산 확보는 비철금속자원 분야에서의 첫 남미 진출 프로젝트"라며 "2013년까지 해외 개발지역을 늘리고 17억달러를 추가 투입해 우라늄 유연탄 구리 등 6대 전략 광종 자급률을 현재의 18%에서 30%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진공은 지금까지 호주 중국 등지의 유연탄 마그네사이트 희토류 광산에 지분 참여를 해왔으며 필리핀 라푸라푸에서 아연광산 탐사를,캐나다 나이프레이크에서 동광산 탐사 작업을 벌여왔다.
앞으로는 해외 자원개발 다변화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당장 올해에만 직접투자 2백억원,민간기업 자금 지원 6백50억원 등 모두 8백50억원을 투입해 핀란드 멕시코 몽골 카자흐스탄 등에서 구리 니켈 등 광물자원을 개발키로 했다.
매년 20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2013년까지 해외 수익금 규모도 현재 연 50억원에서 6백억원으로 12배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자재난에 맞서 해외 자원개발에 신규 진출하는 기업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한국전력이 대표적인 경우.한전은 외환위기 직후 유휴자산 매각 차원에서 해외 광산 지분을 대거 매각했으나 최근 들어 다시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호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발전용 유연탄 광산 지분 투자를 진행키로 하고 현지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전 김동준 해외사업처장은 "앞으로 지분 참여뿐만 아니라 직접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라며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파시르 유연탄광을 개발해 자원개발 전문회사로 거듭난 삼탄도 해외 자원개발을 한층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까지 3억4천만달러를 투자한 파시르 탄광은 8억t의 유연탄을 확보한 데다 지금까지 4억원의 투자수익,향후 15년간 매년 1천5백만달러의 투자수익이 기대되는 대표적인 해외 자원개발 성공사례로 꼽힌다.
삼탄은 중국과 사할린에서 유연탄,카자흐스탄에서 우라늄,인도네시아에서 구리 아연 등 금속광을 개발키로 하고 올해 우선 1백20만달러를 투자해 이 가운데 2곳에 대한 탐사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종범 삼탄 기획부장은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6대 전략 광종 자급률 목표를 달성하는 데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칼텍스정유도 2003년 처음으로 유전개발에 뛰어든 이후 신규 프로젝트를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LG정유는 캄보디아 해상의 블록A광구 탐사권을 갖고 있는 미국계 셰브론텍사코사로부터 지분 15%를 인수,유전 탐사 및 개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최근에는 블록A광구 4개 탐사정 전부에서 최고 품질의 원유가 발견돼 '대박'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LG정유는 이 광구에 오는 3월까지 1천9백만달러를 투자,2007년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생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마(페루)=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