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금융허브 책임자 외국인 앉혀라"..박윤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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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경영학)는 16일 "정부의 동북아금융허브 건설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제금융계의 거물을 추진 책임자로 임명해 규제개혁에 관한 전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의 금융공학 경영학석사(MBA)과정 주임교수직을 맡게 돼 한국을 방문한 박 교수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동북아금융허브 건설 계획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 매월 한국을 방문해 aSSIST에서 금융공학을 직접 가르칠 계획이다.
박 교수는 미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미국 국제개발원 등에서 활동해 온 국제금융 전문가로 현재 북미한국인교수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동북아금융허브 건설 계획에 대해 비관적 여론도 있지만 싱가포르가 1968년에 국제금융센터를 건설할 때와 비교하면 한국의 여건이 1백배 낫다"며 "한국 정도의 경제 규모와 여건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낙관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싱가포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기업들의 애로요인을 찾아내 전면적으로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란 점을 잊어선 안된다"며 "한국도 금융과 관련된 모든 규제를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철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서는 금융 부문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사람이 필요한데 현재 동북아금융허브 건설 계획을 추진 중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박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서비스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 "방향 설정을 참 잘한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미국은 제조업이 공동화되더라도 서비스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에 먹고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며 "한국도 이웃 나라 중국에 생산기지가 있으니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추세에 비춰볼 때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론스타나 뉴브릿지캐피탈 같은 사모펀드가 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시장경제로 유명한 미국조차도 금융부문에 대한 감독 규율은 매우 엄격해 사모펀드에 은행을 맡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의 금융시장 개방 자체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금융을 선진화해야 하는데,그러기 위해서는 개방은 필수적이라는 것.
따라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나 뉴브릿지캐피탈의 제일은행 인수 등은 한국이 금융시장을 개방하는 과정에서 치른 학습비용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환율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환율이나 주가와 같은 금융시장 변수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그린스펀조차도 다우존스 지수가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익스큐즈 미(excuse me)'라고만 되풀이해 대답하더라"고 소개했다.
중국 위안화 평가 절상 문제에 대해 "최소한 올해 안에는 분명히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