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미국 경상적자 버틸만하다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1백여년 전 미국은 지금처럼 세계최대의 채무국이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유럽이 물자부족에 시달리자 미국은 유럽국가들에 식량과 무기를 팔면서 이익을 챙겼고 돈도 많이 빌려줘 일거에 채권국으로 변신했다. 이제 미국은 다시 국내총생산(GDP)의 6%에 육박하는 경상적자를 안고 있는 세계 최대 채무국이 됐다. 이에대해 각국 정치인과 투자자들은 미국의 무역·재정적자가 심화되면 세계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유럽이 또한번 잿더미로 변해야 미국의 적자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실제로 유럽이 잿더미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쟁이 아니고 인구학적 변화에 의해서다. 유럽과 일본이 직면한 고령화와 인구감소 문제는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경제적 파장을 몰고올 것이다. 40∼50년이 지나면 두 지역의 평균연령은 현재 36세에서 52세로 높아지고,유럽 인구는 3억8천만명에서 3억4천만명으로 줄어든다. 결국 유럽국가들은 사회보장 및 국방비 부담 증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할 것이다. 유럽 일본이 이러한 충격에 대비하려면 지금 가능한 한 많은 돈을 저축해 둬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무역을 통해 거액의 경상흑자를 내고,이렇게 번 돈을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같은 대규모 '저축 프로그램'의 파트너가 되어줄 나라는 어디인가. 중국과 인도가 급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만한 경제 규모,활력,장기적 안정성,재정 유연성을 갖춘 나라는 미국뿐이다. 미국은 출산율이 비교적 높고 이민자가 많아 2050년에 인구는 2억9천만명에서 4억2천만명으로 늘어나고 평균 연령도 34세에서 36세로 두살밖에 안 높아질 것이다. 인구학적 변화가 세계를 옥죄고 있는 현실에서 국제수지 불균형을 위험한 것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유럽과 일본이 앞으로 고령화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채권회수에 나서면 국제수지 불균형은 자연히 해소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경제는 단기적 충격을 받을 수 있겠으나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상당히 튼튼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충격은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미국의 경상적자가 버틸 수 없는 수준이라는 말은 과장에 불과하다. 세계는 이런 기우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인구학적 변화가 가져올 문제를 어떻게 잘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 이 글은 마이클 페티스 중국 베이징 대학교 경제학 교수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