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손학규 경기지사.."수도권 규제가 발목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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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싱가포르나 대만 중국에 투자계획을 잡아놓은 유럽이나 미국기업들을 설득해서 수도권으로 투자처를 돌리도록 하는데 잇따라 성공하고 있습니다. 기업,노조,경기도 공무원들이 합심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수도권이 동북아에서 첨단제조나 연구개발(R&D)기지로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수도권의 글로벌경쟁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국내외 투자수요가 흘러 넘칩니다. 이런데도 현 정부(중앙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명분을 내세워 규제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 대담 = 이동우 사회부장 ]
현재 유럽을 돌며 영국 BOC사로부터 1억7천만달러 규모의 반도체생산용 가스공장과 독일 머크로부터 LCD액정 제조공장(1천만달러) 등 굵직굵직한 외자유치를 성사시키고 있는 손학규 경기도 지사는 출국하기에 앞서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손 지사는 작심한 듯 현 정부의 산업입지 및 지역정책에 대해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경기도는 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따른 수도권공장의 지방이전 등으로 인해 피해의식이 클 수밖에 없겠지요.
"제가 평생 경기지사를 할 것도 아니고 지역이기적인 차원에서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서울과 부산까지 4백여km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에서 수도권-비수도권 구분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정치적인 분류입니다.
수도권에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지방대학 출신들도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풀어 여기서 흘러넘치는 성장기운이 충청도와 강원도로 흘러가도록 물꼬를 터주도록 해야 합니다.
수도권은 싫든 좋든 지난 40년간 우리산업의 피와 땀이 배인 곳입니다.
수도권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이탈리아의 밀라노,일본의 도쿄·오사카지역처럼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산업지역 중 하나입니다."
-정부 규제 속에서도 외자유치에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데 비결이라도 있는지.
"2002년 7월 취임 이후 56개 기업 1백23억달러를 유치해 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세계적인 첨단제조업체와 연구개발센터가 들어오면서 파주∼고양∼수원∼평택∼화성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대급 첨단 산업클러스터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 성장기운은 남으로 충청권·강원권,북으로는 개성으로까지 흘러넘치게 될 것입니다.
경기도는 이에 발맞춰 수도권을 넘어 인근 지역과 상생 프로그램도 추진 중입니다.
외자유치 비결은 공무원 서비스에서부터 노조의 노사화합 자세에 이르기까지 매력있는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경기도는 외자유치를 나갈 때 공무원,관련 기업인,노조간부까지 같이 갑니다.
이번 유럽순방에도 이화수 한국노총 경기지부 의장이 동참합니다."
-경기도 내부에서도 북쪽은 가난하고 남쪽만 갈수록 발전하고 있어 북부에서는 분도(分道)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그동안 남북 대치로 인해 경기 북부지역은 개발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일산신도시(고양)에는 동양 최대급 종합전시장(킨텍스)이,파주엔 LG필립스의 LCD단지와 남북경협단지가 조성됩니다.
파주엔 영어마을과 출판단지가 조성되면서 문화기능도 확충될 겁니다.
자유로가 8차선으로 확장되고 서울∼문산·동두천 등 도로가 건설됩니다.
그 밖에 접경지역 종합계획을 세워 2012년까지 2조4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원하는 적절한 인력을 중매해주는 '매칭'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작년 전국에서 4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는데 26만개가 경기도에서 나왔습니다.
올해는 맞춤식 취업프로그램인 '경기청년뉴딜' 사업을 실시하고 이공계열 출신 학생의 중소업체 취업을 지원하는 등 모두 2백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올해부터 5년간 매년 20만명씩 1백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입니다."
-경기도는 늘 서울과 대비됩니다.
특히 도시수준과 교육수준이 서울에 못미치는 게 문제입니다.
이 때문에 일단 수도권에서 시작한 신혼부부들이 돈을 모으면 어떻게든 서울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고 경기도 집값도 덩달아 뛰는 '아파트 값 상승' 메커니즘이 고착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90년대 초 분당과 일산 신도시를 만들었지만 서울 강남 수준을 따라잡는 데 실패했습니다.
분당 일산을 서울 강남처럼 키우기 위해선 행정 전반에 걸친 규제완화를 추진해 신도시가 '업그레이드'되고 신도시의 높은 수준이 인근 지역으로 흘러가도록 해줘야 했었습니다.
이런 실정을 무시하고 중앙정부는 분당 일산에도 고교 평준화를 강행함으로써 서울 'U턴'현상을 촉발시켰고 이것이 지난 3년간 서울 강남 집값이 폭등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이를 거울삼아 경기도는 자체적으로 '수도권 계획관리 기본계획'을 만들고 교육 문화 환경 등 미래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들을 집중적으로 키울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곧 들어설 판교신도시와 기존의 성남 및 용인과 수원 광교(이의동 신도시)지역을 잇는 3각 지역을 서울 강남에 버금가는 첨단연구·교육·문화·환경친화 복합도시로 육성시킬 것입니다."
-도시경쟁력을 결정짓는 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교육문제가 결정적으로 중요한데요.
"평준화의 폐해를 공교육 경쟁력 회복으로 만회하려고 합니다.
올 예산이 작년보다 8.4% 줄었지만 경제투자와 교육지원사업은 늘렸습니다.
이를 통해 21개 시·군 농어촌지역 가운데 좋은 학교를 선정,3년간 학교당 32억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 국제화 인재를 키우기 위해 파주 인근에 국제화교육특구를 추진 중이고 영어마을도 만드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 중입니다.
판교 광교 등 신도시에는 자립형 사립고,특목고 등 경쟁력 있는 학교도 세울 계획입니다."
정리=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