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변해야 산다 ‥ 송인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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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세계 최대의 통신기업이었던 AT&T사는 1백만명이 넘는 종업원을 거느린 거대한 조직이었지만 정부의 강제 분할이 시작될 때까지 스스로 변화하지 못했고,결과적으로 디지털 혁명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
우리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은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시시각각 바뀌는 환경이나 사회여건의 변화 속도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조직들이 미래에 대한 대비를 못한다면 무한경쟁시대에 급속하게 도태될 수 있다.
변화 없이는 미래도 없다. 미래를 위한 혁신은 이제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 '잘 나가고 있을 때가 바로 위기일 수 있다'는 삼성그룹의 위기론처럼 혁신을 위한 움직임은 선진국에서 두드러진다. 통일 후 경제상황이 극심하게 어려워진 독일의 슈뢰더 정권은 국가혁신대책인 'AGENDA 2010'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가 G7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놓은 '국가혁신계획'은 지식기반 경제구축,우수인력 양성,최고기업 환경조성 등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국가전략을 잘 나타내고 있다.
요즘 우리 정부기관들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일 잘하는 사람을 기용하기 위한 개방형 직위공모를 도입,민간전문가에게 국가의 중요 정책을 맡기는 게 한 예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기업도 지난해 말 직위공모를 통해 외국계 기업 출신 구조조정 전문가를 상임이사로 영입했다. 또 성과중심·고객중심 조직으로 개편하는 등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비전이 없는 혁신은 의미가 없다. 10여년 전 일본의 가전업계는 일본 가정의 TV가 대부분 아날로그 방식이었기 때문에 10여년 동안 아날로그 방식의 고화질 TV를 연구했다.
그러나 디지털 방식의 고화질 TV가 주류를 이루면서 그 노력은 허사가 됐다. 장기적인 안목이 없는 혁신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미래를 예측한 변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다. 멈추면 낙오한다. 위기는 기회다. "변화를 올바로 예측하고,그 변화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모 그룹 회장의 신년사처럼,균형감있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갖춰 미래를 위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변화를 추진한다고 조직의 생존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래는 준비된 자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