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46代 이어온 경영원칙 '불조심'

文輝昌 금년도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국제유가'와 '달러환율'이다. 이 두 변수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이에따라 우리 기업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살펴보자. 우선 국제유가를 보면 작년에 배럴당 55달러를 기록한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금년에도 대폭적인 상승을 예측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는 듯하다. 유가가 안정되면 기름값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전반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낮아져 소비지출이 늘면서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물가가 잡힌다면 정책당국은 낮은 이자율을 유지할 수 있게 돼 경제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국제유가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가정이 신빙성이 있는가. 이러한 가정에 비웃기라도 하듯이 지난 며칠동안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중요한 이유는 미국 동부지역의 겨울 날씨가 예상보다 추워지면서 난방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상악화로 북해지역의 원유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결국 국제유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기상을 정확하게 예측해야 하는 데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적정 생산량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이런 결정은 테러 가능성,각국의 정책 및 국제정치 상황의 변화 등에 따라 영향을 받으니 이러한 것들을 예측한다는 것은 생각할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정책당국이나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국제유가 예측을 제대로 한 적이 얼마나 있는가. 달러환율에 대해 살펴보자.현재 미국은 1년에 약 6천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 그만큼 미국제품이 안 팔린다는 것이니 달러가치를 낮추면 달러표시 미국제품이 상대적으로 싸게 돼 많이 팔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한해 동안 미국달러는 유로화 대비 7%,엔화 대비 5%가 평가절하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향이 금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달러 평가절하의 구체적 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달러값이 떨어지면,예를 들어 프랑스 와인값이 미국달러 기준으로 더 비싸지니 미국 소비자들은 프랑스 와인 대신 미국 와인을 산다는 것이다. 그런데 달러 평가절하의 효과를 이런 식으로 항상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프랑스 와인을 고집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다. 품질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공산품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독일제 자동차인 벤츠가 조금 더 비싸지더라도 미국 자동차로 쉽게 바꾸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정확한 수요예측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설명은 프랑스제 와인이나 독일제 벤츠 등 고급제품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우리의 현대자동차,삼성이나 LG의 전자제품,그리고 우리 영화나 드라마 등도 지금과 같은 추세로만 나간다면 달러환율이 조금 변하더라도 별 문제 없을 것이다. 경제예측을 조금 잘 못해도 우리 제품이 경쟁력이 있으면 상관없다. 거꾸로 경제예측을 아무리 잘해도 우리제품이 경쟁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역사가 2백년 이상 된 기업들로 구성된 클럽이 있다. 현재 7개 국가의 33개 기업이 회원으로 있다. 이중 가장 오래된 기업은 서기 718년 일본 고마쓰에 설립돼 현재 46대까지 이어 오고 있는 '호시'라는 여관이다.그런데 이 기업의 경영원칙은 놀랄 정도로 현실적이다. 바로 '불조심,물조심'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얘기이다. 목조건물이었을 테니 불이 나면 큰일이고,물이 안좋으면 음식에 문제가 생기니 여간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현대의 기업은 이보다는 훨씬 복잡하고 정교한 경영원칙과 전략을 가져야 하겠지만 '핵심역량'의 기본원칙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같은 것이다. 단기적인 상황변화에 흔들리지 않을수록 더욱 강력한 핵심역량이다. 새해를 맞이해서 각종 경제전망치에도 관심을 둬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웬만큼 변화하는 경제상황에도 끄떡 없는 핵심역량을 키우는 일이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