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청부납치.생모 살해 .. 8개월만에 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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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70일 된 신생아를 어머니와 함께 납치해 어머니는 살해한 뒤 암매장하고 아기는 돈을 받고 팔아넘긴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임신을 핑계로 연하의 동거남과 결혼하기 위해 영아 유괴를 청부한 30대 여성과 유괴를 의뢰받은 심부름센터 직원들의 범행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4일 신생아와 어머니를 함께 납치,아기는 의뢰인에게 팔아넘기고 어머니는 살해해 암매장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 등)로 심부름센터 직원 정모씨(40·서울 강서구 화곡동),박모씨(36·서울 중구 신당동),김모씨(40)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임신을 앞세워 부유한 가정 출신의 동거남과 결혼한 뒤 정씨 등에게 신생아를 구해줄 것을 의뢰,납치된 아기를 돈을 주고 넘겨받은 혐의(인신매매)로 김모씨(36·여)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해 5월24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의 한 거리에서 생후 70일가량 된 아기를 안고 가던 A씨(21·여)를 차량으로 납치한 뒤 결박한 채 끌고 다니다가 경기도 광주에 거주하는 의뢰인 김씨에게 아기를 팔아넘겼다.
이들은 차량 안에서 아기를 돌려달라고 애원하던 A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강원도 고성의 한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뢰인 김씨는 임신을 이유로 결혼 약속까지 받아낸 연하의 동거남 최모씨(31)에게 거짓말한 것이 탄로날 것을 우려,결혼 한 달 전인 재작년 10월 정씨 등에게 미혼모의 아기를 구해줄 것을 부탁한 뒤 결혼 6개월여 만에 납치된 아기를 7천만원을 주고 넘겨받은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김씨는 지난 90년 다른 남성과 결혼해 두 남매를 두고 있다가 재작년 3월 서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최씨를 만난 후 가출,이혼 절차를 밟지 않고 동거를 시작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해 2월 한 달여간 서울 천호동의 친구 집에서 머물다 돌아와 "해외원정 출산을 하고 왔다. 아기는 외삼촌이 미국에서 데려올 것"이라고 속인 뒤 두 달 후 납치극으로 넘겨받은 아기를 친자식처럼 시댁에 소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김씨는 정씨 등으로부터 친척 등 하객 역할을 해줄 사람 9명을 구해 결혼식에 등장시키는 등 처음부터 철저히 과거를 속이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정씨 등은 이 같은 김씨의 약점을 이용,"돈을 더 주지 않으면 최씨에게 사실을 다 말하겠다"고 협박,5천여만원을 추가로 뜯어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정씨 등 납치범들은 지난해 5월 천안에서 뺑소니 교통사고를 내 차량이 수배된 상태에서 지난 22일 서울에서 같은 차량을 몰다 적발됐으며 검문 과정 중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집중 추궁 끝에 범행을 실토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