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씨 이렇게 살리자] (2) 유리함정.구호함정 벗어나야 소비 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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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23일 '성매매방지 특별법'이 시행되자 경기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재정경제부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이 법이 소비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불 보듯 뻔했지만 내놓고 반대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재경부의 '숨죽인 걱정'은 곧 현실화됐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10월 중 서비스업 동향'에서 유흥업종의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6∼9월 중 1∼3%씩 늘던 주점의 매출은 10월 중 갑자기 6%나 줄었다.
여관 매출도 10.2% 감소해 통계청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그 여파는 동네 미용실,이발소,목욕탕 등에까지 미쳐 서민경제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졌다.
작년 초 미미하나마 회복 조짐을 보였던 경기가 다시 고꾸라져 불황이 지금까지 장기화된 원인으로 연이어 터진 비(非)경제 부문의 '악재'를 꼽는 사람이 많다.
연초부터 시작된 접대비 실명제,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공정거래법 강화,성매매방지법 시행 등은 우리 사회를 투명하고 건전하게 만들기 위한 개혁 조치들이다.
그러나 이들 개혁이 현실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가 나빠지면 국민들은 "개혁이 밥먹여 주냐"며 쉽게 '개혁 피로증후군'에 빠진다.
그럼 결국 개혁도 안된다.
개혁이란 명분으로 스스로를 지나치게 옭아매는 소위 '투명성 함정''구호 함정'에 빠지면 개혁과 경제,모두 실패한다는 얘기다.
어렵사리 되살아난 경기 불씨를 살리려면 이들 '함정'에서부터 먼저 빠져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