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中교수의 한국인상

상하이 푸단대학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 P씨.그는 최근 친구들 앞에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창피를 당했다. 사연은 이렇다. 그의 지도교수가 관광차 한국에 다녀왔다. 김치를 즐겨할 정도로 한국을 좋아하는 교수였다. 여행 후 첫 강의시간.P씨는 내심 교수가 '한국 예찬'을 늘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반대였다.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교수는 잠시 머뭇하더니 '이반반(一半半·그저 그래)'이라며 혀를 찼다. 말이 '그저 그래'라는 것이지 실제로는 매우 실망한 눈치였다. 여행안내원에 끌려다니며 상점에 들러야 했고,'고깃덩이 두서너 점이 둥둥 떠다니는' 갈비국을 먹어야 했단다. 서울시내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시골호텔에서 묵어야 했기에 피곤한 기억밖에 없단다. 교수는 "중상급 여행상품(4천5백위안·약 58만원)이라고 해서 안심하고 갔는데 너무 힘들고 짜증났다"고 푸념했다. P씨 지도교수의 한국관광기는 우리의 관광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부실관광'은 유독 중국인에게 더 심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한국으로 관광을 갈 정도면 중국에서도 상위층에 속한다. 오피니언 리더라는 얘기다. 전반적으로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감정은 좋다. 금(金)모으기, 축구 세계 4강, 감각적인 영화 등이 한류(韓流)로 포장돼 한국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많은 중국인이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들의 호감은 한국관광을 다녀온 후 악감정으로 급변하곤 한다. 한국 이미지가 구겨지는 것이다. 한 주재원은 "중국 파트너가 한국관광을 가겠다고 하면 말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할 정도다. 지난해 약 50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동남아 지진해일로 중국관광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찾아온 중국관광객을 쫓아내고 있다. 관광당국은 "업계의 덤핑경쟁에 어쩔 도리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어글리 관광'은 한국의 국가브랜드, 더 나아가 한국 상품의 호감도와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