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벤처 'SNU'] LCD검사용 장비 세계시장 73% 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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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봉천동 낙성대 근처의 동아벤처타운빌딩 2층에 자리잡은 SNU프리시젼의 박희재 대표(43) 집무실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검사장비인 '인라인 3차원 나노형상측정장비(PSIS)'관련 자료와 책들로 기득 차있다.
대학교수 연구실과 흡사하다.
실제로 그는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서울대에도 몸담고 있다.
그의 집무실 한쪽 벽에는 '세계 10대 검사장비 업체' 리스트가 붙어있다.
1위인 미국 어플라이드사를 비롯 일본 TEL사,미국 ASM사 등 장비 업체가 순서대로 표시돼 있다.
박 대표는 이 표를 보면서 앞으로 5년안에 회사를 매출 1조원대의 세계 톱10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SNU프리시젼은 국내 대학의 실험실 벤처로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 1998년 2월 서울대공대 기계공학과 실험실에서 대학원생 5명과 지도 교수인 박희재 교수가 설립한 서울대 실험실 창업 벤처1호로,2002년말에 'PSIS'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는 나노기술을 응용해 TFT-LCD 글라스 사이의 형상(스페이서) 높이를 측정한 다음 액정량이 정확하게 주입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핵심 장비다.
SNU프리시젼은 LG필립스LCD에 이 장비를 처음으로 납품한 데 이어 대만과 중국의 LCD업체,일본 컬러필터 업체 등에도 공급,세계시장 점유율을 73%로 끌어올렸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4백12억원에 1백3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매출이 무려 5배로 늘어난 것이다.
올해엔 매출 7백68억원에 2백36억원의 순이익을 올린다는 목표다.
회사 인적 구성과 근무 형태도 독특하다.
연구원은 10명이며 이 가운데 7명이 박 대표의 제자인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석·박사 출신이다.
전체 연구원이 많지 않지만 그나마 근무시간중에는 1∼2명만이 자리를 지킨다.
정밀작업을 필요로 하는 연구의 특성으로 인해 소음이 많은 낮시간 대신 밤에 주로 연구를 하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기술개발의 산실인 10평 남짓 연구소에서 1주일에 적어도 3일 정도는 밤샘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엔 기업들로 부터 신제품 개발주문이 잇따르면서 밤샘을 한 후에도 쉬지 못하고 있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달들어서만 6-7건의 신제품 개발주문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본사 사원은 50여명에 이르지만 평소에는 30명 정도만 회사를 지킨다.
시장 개척과 현지 법인과의 업무협조 등을 위한 해외 출장이 잦기 때문이다.
사원의 연령은 평균 30살에 불과하다.
그나마 3-4년전에 비해 연령이 높아졌다고 한다.
박 대표는 "기술은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반도체 자동차 기계분야에서 자체 나노기술을 이용한 검사장비를 개발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